중풍ㆍ치매 치료 가능성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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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중풍과 치매를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신물질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BK21 한방신약개발팀' 김호철(42) 교수팀은 25일 "뇌신경세포 보호 및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190여종의 한약재와 처방들을 분석해 뇌신경세포 보호 천연물 'HP009'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가시오가피와 황금ㆍ오미자ㆍ인삼ㆍ지황ㆍ복령 등 뇌신경세포 보호에 효과가 있는 개별 약재를 혼합해 얻은 신물질이 중풍ㆍ치매의 치료와 예방에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4년간 8억원의 연구비를 투자, '동의보감'에 뇌신경세포 보호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10가지 약재의 조합을 각각 실험, 가장 효능이 뛰어난 성분을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다섯 그룹으로 나눠 1그룹에는 증류수를, 2그룹에는 항생제인 미노사이클린 45mg/kg을 투여하고, 나머지 3∼5그룹에는 신물질을 각각 80mg/kg, 400mg/kg, 2천mg/kg 투여했다.

실험 결과, 전체 뇌세포의 손상정도는 1그룹이 34%, 2그룹이 20.5%, 3그룹이 25%, 5그룹이 23%로 나타나 미노사이클린 45mg/kg을 투여한 2그룹과 신물질 2천mg/kg을 투여한 5그룹의 뇌세포 손상정도가 가장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항생제 미노사이클린은 인체 투여가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신물질 HP009의 뇌보호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

또 중풍 후 운동능력 상실과 관련된 실험에서도 신물질을 투여한 쪽의 쥐들이 그렇지 않은 대조군의 쥐들보다 인지능력ㆍ균형능력ㆍ지구력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김 교수 연구팀의 연구성과는 지난달 포루투칼 리스본에서 열린 '제4회 유럽신경과학학회'와 독일에서 개최된'제10회 국제 중풍약리학회 심포지엄'에서도 발표돼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올해 말 국제 학술지인 '약리학ㆍ생화학과 행동(Pharmacology Biochemistry and Behavior)'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노인들을 힘겹게 하는 중풍과 치매를 본격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의 발판이 마련됐다"며 "안전성 검사와 임상실험 등을 거쳐 5년 뒤 '천연물 신약'으로 개발되면 일반인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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