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독감, 태아 뇌에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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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전반기에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뱃속 태아의 뇌에 영향을 미쳐 나중에 그 자녀가 정신분열증을 겪을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정신병연구소의 앨런 브라운 박사는 '종합정신병 회보' 8월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정신분열증 자녀를 둔 여성 64명과 건강한 자녀를 가진 여성 125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채취한 혈청에서 1959-1966년 극성을 부렸던 독감 바이러스의 항체를 측정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임신 첫 3개월 초기에 독감을 앓은 여성이 낳은 자녀는 그렇지 않은 여성의 자녀에 비해 나중에 정신분열증에 시달릴 위험이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브라운 박사는 밝혔다.

임신 첫 3개월의 중간부터 임신 두번째 3개월 중간까지 사이에 독감에 걸린 여성의 자녀는 임신 중 독감에 걸리지 않은 여성의 자녀에 비해 정신분열증 위험이 3배 높았다.

브라운 박사는 이는 임신 초기와 중반 사이에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된 태아는 뇌발달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전체 정신분열증의 약 14%가 태아 때 독감 바이러스 노출과 연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일반적인 정신분열증 발병률이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태아 때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 해도 나중에 정신분열증이 나타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브라운 박사는 덧붙였다.

브라운 박사는 임신 중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모체의 면역체계에서 만들어진 사이토킨이라는 단백질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들어가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신분열증은 유전적 요인과 홍역, 임신 중 성기포진 감염 같은 환경적 요인이 합쳐 발생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시카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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