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일수록 아내를 사랑한다

중앙일보

입력

우리가 알고 있는 카사노바는 가장 방탕하기로 유명한 18세기 유럽의 호색가이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출신으로 어린시절에는 성직자가 되기를 원해서 15세에 승려가 되었으나 타고난 여성편력은 어쩔수 없던지 17세에 어린 아가씨를 유혹하여 성직자로서 쫓겨나게 된다. 그 후에는 유럽각지를 돌아다니며 온갖 여성들을 사로잡고 도박에 빠져 지내게 되었다.

어린 소녀 헬렌도 카사노바에게 순정을 바치며 누드화의 모델까지 되지만 그로 인해 파리의 루이 15세 궁정에 팔려가 애첩이 되게 되는 등 카사노바는 어느장소 어떠한 여성과도 본인의 적성(?)을 맘껏 발휘하게 된다. 이러한 카사노바도 아내를 무척 사랑했었다고 하나 이 사실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본인의 주장으로 카사노바는 모발을 무척 사랑하는 모발 페티스트였는데 아내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부인과 사랑을 나눈 후 아내의 모발을 선물 받아 이를 알콜 음료 등에 섞어 마셨다고 하니 아내에 대한 카사노바의 사랑을 단정적으로 부정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본인은 너무나 아내를 사랑한 나머지 행한 행동이라고 하나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마음만으로 아내를 사랑하기 힘든 이시대에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남성들의 부담은 무척이나 큰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경쟁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남성들이 밤에는 아내를 위해 잠자리를 멋지게 치루어야 하는 것은 수퍼맨을 요구하는 현대 여성들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니 최근 업그레이드된 성적능력을 갖추기 위해 시행되는 여러 가지 약물요법이나 수술적 치료 등은 어찌 보면 시대가 갈수록 점점 더 필요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중요한 것은 아내와 느끼는 서로 사랑한다는 감정일지니 절대 일방적인 사랑이 오래가기는 힘든 것이 사실인 것이다. 갓 만난 연인이 서로 얼굴만 쳐다보아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것은 자연적인 생리현상이며 이러한 느낌이 평생을 똑같이 가지 못할지라도 서로를 믿고 사랑하면 남편도 얼마든지 카사노바 못지않은(?) 아내 사랑이 가능할 것이다.

아내의 모발을 갈아 마시는 엽기적인 사랑법이 아니더라도 그런 모습을 보는 아내는 남편을 위하게 되고 남편에 정성을 다하는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현대를 사는 우리의 남성들은 ‘모든 여성을 사랑했노라’ 라고 말하는 카사노바 보다는 그녀를 만족시키는 남편, 남자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실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