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단일화 신속" 김종인 "그게 安 문제"…룰 전쟁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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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금태섭 전 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안 대표는 이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과정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금태섭 전 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안 대표는 이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과정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야권 단일화가 ‘안철수 대 국민의힘 후보’ 대결로 좁혀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일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서 금태섭 전 의원을 꺾었고, 국민의힘은 4일 당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안철수, 제3지대 단일화서 금태섭 꺾어

단일화 시기나, 여론조사 문항, 선거운동 변수 등을 놓고 양측이 치열한 수 싸움에 돌입하면서, 야권에선 “단일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安 “단일화 신속히” 국민의힘 “막판 단일화”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측 단일화 실무협상단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결과 안 대표가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지난달 27~28일 모바일 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구체적인 지지율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정당 또는 후보자가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를 보도·공표할 수 없다’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규정 때문이다.

안 대표는 단일화 승리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단일화) 과정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신속을 강조한 건 빠른 단일화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안 대표 입장에선 단일화를 빨리 매듭지어야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기 단일화보다는 극적인 막판 단일화가 폭발력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후보 등록은 3월 19일까지고, 단일화의 마지노선은 사전 투표 시작일(4월 2일) 이전이다.

여론조사, 경쟁력냐 적합도냐…정당 표기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담회에서 예비후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신환, 오세훈 예비후보, 김 위원장, 나경원, 조은희 예비후보.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담회에서 예비후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신환, 오세훈 예비후보, 김 위원장, 나경원, 조은희 예비후보. 뉴시스

양측은 단일화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도 벌써부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끗 싸움’인 단일화에서 문항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나, 문구 선택 등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지난달 24일 라디오에서 “경쟁력 조사를 하는게,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는 방법”이라고 먼저 운을 띄웠다.

경쟁력 조사는 예컨대 ‘민주당 A후보와의 대결에서 누가 더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방식이다. 이 경우 각종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는 안 대표가 득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쟁력 조사는 유권자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며 적합도 조사를 내세우고 있다. 적합도 조사는 예를 들어 ‘A후보와 B후보 중 누가 야권 단일후보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방식이다.

여론조사에 후보의 소속 정당을 표기하느냐도 논쟁거리다. 안 대표 측은 이날 통화에서 “단일화에서 중요한 건 정당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를 꺾을 인물이 누구냐는 것”이라며 “이름만 명기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당 소속 후보가 정당을 숨길 이유 있느냐”고 반문했다. 소속 정당을 명시하는 게 국민의힘 후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29.5%로 국민의당 지지율(9.3%)을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기호2번? 4번? 安 입당론 신경전도 한창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부터),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부터),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연합뉴스

안 대표의 입당 문제를 두고도 양측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국민의힘에선 연일 안 대표를 향해 “기호 4번(국민의당)이 아니라 2번(국민의힘)을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한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4번을 달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투표장에 가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안 대표가 입당을 하지 않으면 양측이 선거를 돕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안 대표 측은 입당론에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과거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화 사례 등으로 볼 때 다른 정당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단일화로 특정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타 정당 후보를 돕는 게 가능하다는 게 선례”라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당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룰이나 시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그 사람(안 대표)의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3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 여론조사를 거쳐 4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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