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약손", 체했을 때는 어머니 손이 최고

중앙일보

입력

어렸을 적 필자는 소화기관이 약해 잘 체했던 아이였다. 속이 답답하고 배가 아플 때에는 어머니나 할머니가 배를 만져 주었는데 이렇게 배를 쓸리고 있다보면 어느새 배아픈 것이 싹 사라져 버렸다.

가끔 식체로 한의원을 찾아온 환자를 보면 그때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짓곤 한다.

식체란 음식물로 인해 위장이 상했다는 의미에서 식상(食傷) 또는 상식(傷食)이라고도 한다. 식체가 되는 원인은 입에서 섭취한 음식물이 지나가는 소화기관, 즉 식도질환, 위질환, 궤양성질환, 소장 대장질환 등에 의해서 발생된다고 할 수 있다. 제일 흔한 것으로는 과식을 한 경우지만 그밖에도 불결한 음식․설익은 음식을 먹었을 때, 지나치게 찬 음식을 먹었을 때, 격한 감정상태에서 음식을 먹었을 때 등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식체가 될 수 있다.

음식을 먹고 체하면 대게 명치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복통, 설사, 구토 등이 나타난다. 심할 때에는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기도 한다. 평상시 비위가 허약한 사람일수록 자주 체하며, 전신에 기운이 빠지고 식욕이 없다 또 음식을 먹기만 하면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급체했을 때에는 무엇보다도 막혀있는 위기(胃氣)의 순환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합곡(合谷)과 족삼리(足三里)를 주혈로 하여 태충(太衝), 풍륭(豊隆), 내관(內關) 등의 혈자리에 침을 놓아 자극을 주면 기혈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체기가 내려간다. 식체에 주로 쓰이는 탕약으로는 평위산(平胃散), 대화중음(大和中飮), 내소산(內消散) 등이 있다.

체했다고 해서 반드시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으며 속이 더부룩한 정도라면 집에서도 치료가 가능하다. 음식을 많이 먹어 체한 경우에는 엄지와 검지 사이의 내관혈을 세게 눌러주면 도움이 된다.

또한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위의 소화기능을 높이기 위해 허리와 배를 마사지하면 더욱 좋다. 배 전체를 손바닥으로 문지르거나 쓰다듬어 주고 특히 명치끝으로부터 갈비를 따라 문질러 주거나 명치끝에서 정증선을 따라 배꼽까지 문지르면서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누르는 것도 체기를 내리는데 도움이 된다.

또 척추를 따라 손으로 꼭꼭 눌러주는 것도 좋으며 손가락 끝을 바늘이나 침 등으로 피를 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피를 낼 때에는 반드시 소독한 바늘을 사용해야 한다.

그 외에도 밀가루 음식에 체했을 경우에는 당근을 강판에 갈아 그 생즙을 마시면 효과가 있다. 생선을 먹고 체했을 때에는 산사가 좋은데, 산사를 밀폐된 그릇 속에 넣고 불로 달구어 태운 다음 그 가루를 한 번에 한 숟가락씩 몇 번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음식을 많이 또는 급하게 먹어 체한 경우에는 하루 정도 굶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이러한 치료법으로도 체기가 쉬 사라지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