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새 에이즈 치료제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에이즈 바이러스(HIV)가 정상세포 속에 자신의 유전자를 주입하는 데 이용하는 세 가지 효소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통제수단이 발견되지 못하고 있는 인테그라제(integrase)를 억제하는 신물질이 개발돼 원숭이 실험에서 효과가 입증되었다.

머크 제약회사가 개발해 L-870812라고 명명한 이 신물질은 원숭이 실험에서 감염 초기에 HIV의 증식-확산을 차단하고 감염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HIV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억제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하나는 HIV의 면역세포 침투를 차단하는 것으로 최근에 개발된 푸제온(Fuzeon)이라는 약이 사용되고 있다.

나머지는 모두 구세대 치료제들로서 HIV가 자신의 유전자를 세포 속에 주입하는 데 이용하는 세 가지 효소 중 두 가지인 리버스 트란스크립타제와 프로테아제를 억제하는 약들이다.

마지막 남은 세번째 효소 인테그라제는 HIV를 환자 자신의 DNA와 혼합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로 그 활동을 억제하기가 무척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례로 그락소미스클라인 제약회사와 일본의 시오노기 제약회사는 인테그라제 억제물질을 개발해 작년 이를 임상시험해 보았으나 초기 단계에서 실패해 포기하고 현재 이보다 더 강력한 물질을 찾고 있는 형편이다.

머크 사는 이 신물질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고 다만 원숭이 실험 결과와 함께 몇 명의 HIV 감염자를 대상으로 이 신물질의 안전성과 HIV 억제효과를 시험하고 있다는 사실만 공개했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된 원숭이 실험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원숭이면역결핍바이러스(SIV)를 혼합해 이를 6마리의 원숭이에 감염시키고 이 신물질을 투여한 결과 중요한 면역세포인 CD4가 약간 줄어드는데 그치고 이 중 4마리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신물질이 투여되지 않은 다른 6마리의 원숭이는 CD4가 급격히 떨어지는 한편 에이즈 바이러스는 엄청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후 감염상태가 상당히 진행된 원숭이들에게 이 신물질을 주입하자 바이러스 증식이 다소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동물실험을 실시한 대리어 하주다 박사와 스티븐 영 박사는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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