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항응혈제 동시 복용 위험

중앙일보

입력

인삼이 심장병 환자들에게 많이 처방되는 항응혈제 와파린의 약효를 방해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동시 복용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BBC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천 수 위앤 박사와 동료 연구진은 20명의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4주간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인삼이 항응혈제의 약효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부정맥이나 판막 수술 환자 등에 처방되는 항응혈제 와파린은 혈액을 희석시켜 혈전(혈액응고 덩어리)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약이다.

연구진은 첫째주에 20명의 자원자들에게 하루 5㎎의 항응혈제 와파린을 사흘간 복용시켰다. 둘째주와 셋째주에는 12명의 자원자들이 매일 캡슐에 든 2g의 인삼가루를 복용했고 나머지 8명은 가짜약을 먹었다. 마지막주에는 첫주에 항응혈제를 복용했던 이들에게 종전과 똑같은 복용량과 복용빈도로 항응혈제를 주었다.

그런 뒤 위앤 박사팀이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혈중 항응혈제의 농도와 혈액의 응고능력을 측정했더니 인삼을 복용한 12명의 경우 혈중 약 농도와 항응혈제의 약효가 현저히 떨어졌다.

과거 의사들은 인삼이 출혈을 촉진하고 혈전 생성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위앤 박사 팀은 인삼이 항응혈제의 약효를 오히려 억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은 인삼이 인체내에서 와파린을 분해하는 효소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혈액 속에서 와파린을 제거함으로써 약효를 방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위앤 박사는 "인삼처럼 항응혈제의 효과를 변화시키는 물질은 그 변화의 정도가 가벼울지라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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