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아래 뼈 떼어 고관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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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음주가 뼈를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이 고관절(엉덩관절) 무혈성 괴사다. 관절의 머리에 해당하는 대퇴 골두에 영양을 공급하는 실핏줄이 막히면서 서서히 뼈가 썩는다. 지난해 국내에서 고관절 부위의 인공관절 수술 예는 1만4000여건. 이 중 무혈성 괴사로 인한 시술은 30%인 4000여건에 이른다. 젊은 남성에게 발생하는 무혈성 괴사의 경우 원인불명의 10~20%를 제외한 80% 이상이 과음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무혈성 괴사에 의한 고관절질환에 인공관절은 선택의 여지 없는 치료법일까. 국내에서 개발된 생(生)비골 이식술이 대학병원에서 개원의까지 확산하면서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비골 이식술을 처음 소개한 의사는 경희대의료원 정형외과 유명철 교수. 1979년 첫 임상에 적용한 뒤 국내 의료기관에 전파하고, 해외에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현재 세브란스.경북대.계명대.서울백병원과 개원가에선 KS병원 등에서 시술 중이다. 그동안 대중화가 더뎠던 것은 시술법이 까다롭기 때문.

비골은 무릎뼈 아래쪽에 있는 손가락만한 뼈를 말한다. 별다른 기능이 없기 때문에 떼어내 대퇴 골두에 옮겨주는 것이 생비골 이식술의 원리. 유 교수는 "이식할 뼈에서 혈관을 함께 채취해 대퇴 골두에 현미경을 보며 미세수술로 이어줘야 하기 때문에 수술시간도 길고 난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점은 인공관절에 비길 바 아니다. 자신의 뼈를 재활용함으로써 평생 인공관절 교체로 인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KS병원 김석준 원장은 "인공관절의 경우 10~15년마다 바꿔줘야 하고, 재수술 때는 모자라는 뼈를 메워주기 위해 뼈 이식을 하기 때문에 수술이 매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비골 이식술은 관리만 잘하면 평생 자신의 관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운동을 자제해야 하는 인공관절 수술 환자와는 달리 과격한 운동도 가능하다.

생비골 이식 대상자는 30~40대 젊은층으로 무혈성 괴사증이 심하지 않은 환자들이다. 이식한 뼈의 생착률이 초기 또는 중기일 경우 80~90%에 이르지만 괴사가 심한 4기에 이르면 50%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격은 대학병원과 개원의가 다르지만 입원 등 제반 경비를 포함, 본인 부담 200만~300만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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