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도 "韓流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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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의사를 만나 쌍꺼풀 수술이 잘 됐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의료컨설팅 회사 메디프렌드로 최근 날아든 e-메일이다. 메일을 보낸 중국인 여대생 류모(23)는 올 초 이 회사를 통해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를 소개받아 수술 뒤 귀국했다.

메디프렌드 관계자는 "하루 20~30명의 중국인이 상담하고 이중 20% 정도가 실제 방문한다"며 "올 초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했는데 이미 100여명이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드라마.영화를 통해 형성된 '한류(韓流)'열풍이 최근 의료서비스 분야에도 불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성형수술 등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중국인 환자가 줄을 잇는다. 의사들도 선진 기술을 배우겠다고 몰려든다. 부산백병원 등 의료기관과 카이스트, 부산시가 올해 2월 설립한 '부산-상하이 해외의료교류 추진위원회'는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환자 수가 지난해 6000명, 올해 1만2000명 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한류'열풍=지난 25일 서울 서초구의 심미안 성형외과 수술실. 9명의 중국인 의사들이 정동학(47)원장의 시술 장면과 강의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일행인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보건연구소장인 마샤오린(馬肖琳.58.여)은 "말로만 듣던 한국의 선진화된 성형미용술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심미안 성형외과 외에 서울 강남지역의 유명 성형외과 두곳을 더 둘러본 뒤 귀국했다. 코 성형수술 전문가인 정동학 원장은 "올해 벌써 50여명의 의사가 다녀갔는데 대부분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이 중국인 의사를 유치하기 위해 특별히 광고한 것도 아니다. 입소문을 듣고 스스로 연락해 온다.

?수술도 받고, 관광도 하고=한국에서의 수술이나 연수 비용은 중국 내 고급 병원보다 3~5배 비싸다. 심미안 성형외과의 연수는 1인당 2000달러 이상을 받는다.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들은 또 일반 관광객보다 장기간 머물며 관광을 한다. 의료.관광 연계 상품이 고부가가치인 이유다.

이처럼 열기가 높아지고 있으나 문제점도 많다.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은 찾아볼 수 없다. 의료를 산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 백 성형외과 김동일 원장은 "당장 한국을 찾고 싶은 중국인 환자들도 통역.가이드 등의 지원 서비스가 없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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