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불안증후군, 방치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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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특히 종아리 깊숙한 곳에서 벌레가 꼬물거리는 듯한 기분나쁜 감각이 다리를 움직이지 않을 때만 나타나는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 환자는 10명에 한 명꼴로 의외로 많은데도 본인은 이것이 병이라는 사실을 몰라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로버트 우드 존슨 의과대학 신경과전문의 웨인 헤닝 박사는 '수면의학'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5개국(독일, 프랑스, 스페인, 미국, 영국) 사람 총 2만3천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헤닝 박사는 이들 중 9.6%가 평균 1주일에 한 번(그 중 25%는 1주일에 두 번) 하지불안증후군을 겪고 있었으며 이들 중 551명은 증세가 빈발하는 만성환자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들 중 65%는 의사를 찾아갔으나 의사로부터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정확한 진단을 받은 경우는 13%에 불과했다고 헤닝 박사는 밝혔다.

증세는 발을 움직이지 않을 때만 나타나고 발을 움직이면 사라지기 때문에 잠 잘 때 주로 나타난다. 따라서 환자는 중간중간 잠이 깨는 등 잠을 제대로 못잔다. 어떤 환자는 자기도 모르게 옆에서 자는 사람을 발길질 하기도 한다.

이 조사에서는 만성환자 중 거의 70%가 잠드는 데 30분 이상 걸리며 60%가 매일 밤 3번 이상 잠이 깨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그 다음 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에 가까웠고 54%는 우울증까지 생겼다.

스탠퍼드 대학 인간수면연구소의 클리트 쿠시다 박사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아주 흔한 병이며 진단과 치료가 쉽다는 것을 환자와 의사 모두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약은 파킨슨병과 간질 치료제 또는 코데인 같은 진정제가 이용되며 효과는 매우 좋다. 그러나 특별히 하지불안증후군에만 쓸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승인된 것이 없다.

(트렌턴 <미국 뉴저지 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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