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담배 유해성 연구문서 첫 공개 명령

중앙일보

입력

1999년 첫 소송이 제기돼 5년째 진행중인 '담배소송'의 재판부가 피고측인 ㈜KT&G에 담배관련 연구문서 464개에 대한 문서제출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재 대전지법에서 진행중인 담배연구문서 정보공개청구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원고측이 소송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돼 그간 문서공개 여부 때문에 지연됐던 소송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조관행 부장판사)는 폐암환자 43명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지난달 30일 피고 KT&G측에 "담배관련 연구문서 439개를 전부 제출하고 25개는 영업비밀 부분을 제외하고 제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법원이 담배 유해성 연구문서에 대한 공개명령을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가 제출을 명한 문서는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 연구문서 ▲니코틴, 타르 등 담배내 유해물질 연구문서 ▲담배의 중독성(의존성) 연구문서 ▲담배의 유해성 및 중독성 감소를 위한 제조방법 연구문서 ▲연구결과물 보고 및 정책집행에 관한 문서 등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미발매 신제품 개발연구 문서 ▲담배의 향료, 연초, 필터 제조방법 연구문서 ▲외국담배 연구문서 등 영업비밀로서 보호할 필요가 있거나 소송과 무관한 197개 문서는 제출하지 않도록 했다.

재판부는 제출대상 문서를 확정하기 위해 지난달 19∼21일 사흘간 대전시 유성구 KT&G 중앙연구원에서 원고측이 퇴장한 상태에서 KT&G 수석연구원들과 함께 영업비밀 문서들을 열람하는 '인 카메라'(In Camera) 방식으로 서증조사를 마쳤다.

원고측은 이들 문서에서 KT&G와 국가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채 담배소비 촉진정책을 시행했다는 주장의 근거를 찾게 되며 피고측은 이에 대해 반박하게 돼 소송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재판부는 원고측 주장의 타당성 여부와 함께 서울대병원 감정팀에 의뢰한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 감정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재판부 관계자는 "의료.공해소송 등 공익관련 소송의 원고들이 국가나 공공기관 보유자료 목록을 몰라 애로를 겪게 되는 맹점을 해결하면서 국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택한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이르면 올해안에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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