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지요] 혈액검사론 간염·에이즈 100% 가려낼 수 없어

중앙일보

입력

최근 대한적십자사의 부적절한 혈액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에이즈나 간염에 감염됐을 수도 있는 혈액이 유통됐기 때문입니다. 간염의 경우 헌혈 당시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과거 검사에서 한차례 이상 양성 판정을 받은 혈액이 유통됐습니다.

1999년 이전 헌혈 혈액을 누적한 결과 30만건이나 된다고 합니다. 에이즈의 경우 에이즈감염자 199명의 신상정보가 잘못 통보됐으며 1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던 헌혈자 63명의 혈액이 유통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에이즈 신상정보가 잘못 기재된 199명의 혈액은 유통되지 않았으며 63명의 혈액은 최종 확진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습니다.

간염의 경우 30만건 대부분이 과거 양성 기록이 검사 오류에서 비롯된 가짜 양성, 즉 '위(僞)양성'으로 추정되므로 수혈시 간염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 대한적십자사의 해명입니다.

그러나 이미 8명이 수혈로 간염에 걸린 사실이 확인됐으며 앞으로 얼마나 추가로 감염 사실이 밝혀질지도 알 수 없습니다. 왜 이런 사태가 생겨났을까 어처구니없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혈액검사의 한계입니다. 일반인의 상식과 달리 에이즈나 간염 같은 바이러스 질환은 감염 여부를 칼로 무 자르듯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습니다.

향후 도입할 첨단 핵산증폭검사법도 검사기간을 단축하고 정확도를 높이긴 했지만 불완전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즈의 경우 의심스러운 성접촉으로 감염된 지 한달 이내엔 아직 혈액 중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대부분 음성 판정을 받게 됩니다.

둘째, 헌혈 혈액의 부족 현상입니다. 양성 판정을 받은 혈액의 상당수가 재검사를 통해 음성으로 확인되므로 이를 모두 폐기하는 것은 낭비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동은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산작업의 누락으로 과거 기록을 제대로 조회하지 않았고 신상정보를 잘못 기록한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검사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치밀한 헌혈관리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헌혈을 강요하기보다 헌혈자의 과거 병력과 직업.생활습관 등을 꼼꼼히 따져 위험군은 헌혈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