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임신에는 역효과

중앙일보

입력

발기촉진제 비아그라가 임신성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퀸스 대학의 시너 루이스 박사는 영국생식학회 학술회의에서 비아그라가 정자의 움직임을 향상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난자와의 수정에 필요한 화학적인 과정이 이루지는 타이밍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밝힌 것으로 BBC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루이스 박사는 정자가 난자에 접근하면 난자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이른바 첨체반응(尖體反應:acrosome reaction)이 일어나야 하는데 비아그라를 복용했을 때는 이 반응이 너무 일찍 일어나 막상 난자에 접근했을 때는 첨체반응 능력이 소진된 뒤라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첨체반응이란 정자 머릿부분인 첨체의 막이 파괴되면서 효소가 방출되는 현상으로 이 효소가 방출되어야 난자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을 분해해 정자가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첨체반응이 없으면 수정은 성립되지 않는다.

루이스 박사는 45개의 정자 샘플에 비아그라를 투여한 결과 79% 이상의 정자가 첨체반응이 완료되어 더 이상 첨체반응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비아그라가 정자와 난자의 수정률을 크게 저하시킨다는 앞서 발표된 쥐 실험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루이스 박사는 말했다.

루이스 박사는 비아그라가 1998년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발기능력이 없는 나이 든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으나 지금은 섹스의 만족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결과를 발표하는 이유는 아기를 갖고자 하는 남성들에게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박사와 연구에 함께 참여한 데이비드 글렌 박사는 영국의 인가된 불임치료 클리닉의 약 50%가 시험관 수정에 필요한 정자를 얻기 위해 남편에게 비아그라를 투여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성의학회 사무국장인 존 딘 박사는 시험관 실험결과는 실제로 인간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이 연구결과에서 어떤 결론을 끌어내기는 어렵다고 논평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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