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이 그림에 나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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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심리상담을 받았던 명철(9.초등 3년)이는 요즘 무척 마음이 어둡다. 일용직으로 일하던 아빠가 지난해부터 신장이 나빠져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간호하던 엄마마저 지난달 자궁에 혹이 발견돼 병원에 입원했다.

복지관에서 명철이의 딱한 처지를 알고 자체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복지관 측은 명철이가 잠시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산만 증세를 보이자 그림 심리평가를 받게 했다. 예상대로 명철이가 그린 그림은 대체로 심한 불안.우울을 나타내는 것들이었다. 명철이에게 가족을 그려 보라고 했더니 귀와 코를 생략하고 몸통과 팔이 단절된 형태로 그렸다는 것이다. 이는 위축감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의미한다는 게 심리상담사의 설명이다. 명철이를 맡고 있는 복지관 관계자는 "자기존중감이 매우 낮고 충동 조절이 힘든 상태"라며 "곧 미술 치료 기관에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 명철이의 집 그림
집에 비해 왼쪽 구석에 있는 창문.현관문이 너무 작다. 외부 환경에 대해 매우 방어적이고 대인관계가 위축돼 있음을 암시한다.

◇ 동식(10)이의 나무 그림
나무에 비해 오른쪽에 그려 넣은 가지는 한개인 데다 너무 조그마하다. 작고 외로운 가지는 사랑받고, 보호받고 싶어 하는 요구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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