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부족은 건강의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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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처럼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번져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수면 부족이 종국에는 예측할 수 있는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들을 불러올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 인간수면연구소소장 클리트 쿠시다 박사는 현대인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7.5시간이하로 과거에 비해 최소한 1시간이상 줄어 전인구의 수면부족 시간이 연간 1천억시간에 이르고 있다고 밝히고 인간의 기초적인 3대 생물학적 필수조건 중 하나인 수면 부족은 과학자들조차 가늠할 수 없는 값비싼 대가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한다.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의 정신과 전문의 매슈 워커 박사는 "인간이 먹고 마셔야 하는 생물학적 이유는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인간의 세번째 생물 학적 필수조건인 수면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깜깜"이라고 지적한다.

워커 박사는 수면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은 이제서야 과학자들의 새삼스러운 연구로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수면부족은 우선 정보를 보관하고 다시 꺼내 쓰는 뇌의 능력을 "심각하게 그리고 돌이킬 수 없게" 저하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잠을 잘 자면 기억-학습능력이 20%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워커 박사는 지적했다.

이밖에 수면부족은 궤양과 양극성장애를 촉진하고 노인들의 사망위험을 2배로 높이며 학습과 기억력을 손상시킨다는 과학적 증거가 점점 커지고 있다.

만성적으로 잠이 모자라는 사람은 잠을 제대로 자는 사람보다 병 치레가 잦고 비만, 심혈관질환,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심리학교수 아비 사데 박사는 만성 수면부족으로 정보를 흡수하고 학습하는 뇌 기능을 온전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으며 아이들의 과잉행동주의력결핍장애(ADHD), 폭력, 기타 좌절을 견뎌내지 못하는 갖가지 장애들 역시 수면부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못 잔 잠을 나중에 한꺼번에 잔다고 해도 기억축적에 관한한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고 워커 박사는 말한다. 제 때 자지 않으면 그 때 기억은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주중에 못 잤던 잠을 주말 또는 휴일에 보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잠을 못 잤을 때 발생한 뇌의 기능 손실은 보충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불규칙한 수면습관은 학교성적 저하와 행동장애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사데 박사의 말이다.

30-45분 낮잠을 자는 것은 에너지 재충전에 도움이 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의 셸리 투로거 박사는 "낮잠은 뇌의 단기 인식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말한다. 이런 연구보고서가 발표되자 직장에 낮잠 잘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 주는 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워싱턴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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