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간복제 전면금지 유엔 결의안 통과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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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법률위원회가 오는 6일(현지시간) 인간복제를 전면 금지하는 국제협약 채택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놓고 표결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미국이 이 결의안 가결을 위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최근 인간복제 전면 금지를 지지하는 100여개국 대사들에게 이번주로 예정된 표결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유엔 소식통들이 1일 밝혔다.

네그로폰테 대사는 서한에서 "인간복제가 가져올 위험성에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당초 코스타리카가 제안한 이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연기하자는 어떤 동의 안에도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소식통들에 따르면 아기 생산을 위한 복제뿐만 아니라 불치병 치료 등 의학연구 목적의 배아줄기 세포 복제까지 전면 금지하자는 코스타리카 결의안을 놓고 유엔 191개 회원국들은 사분오열 상태다.

미국은 인간복제의 전면 금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일본 등 24개국은 생식용 복제는 불허하되 연구 및 의학실험 목적의 복제 금지 여부는 개별 국가에 맡겨야 한다며 코스타리카 결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복제금지를 지지하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치료나 의학 목적의 복제는 인류미래를 위해 필요한 만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이슬람 국가들은 복제금지 관련 표결을 2년간 연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총회도 클로네이드사의 인간복제 파문을 계기로 2001년 11월 신(神)의 영역으로 불리는 인간복제 관련 국제협약 초안을 입안할 실무팀을 출범시켰으나 실무팀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초안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와 관련, 제임스 커닝험 유엔주재 미국 부대사는 "금지 원칙에 관한 근본적인 의견 차가 존재하고 있다"고 인정한 뒤 "미국을 포함한 100여개 나라가 복제의 전면금지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국가가 주장하는 표결연기는 복제 관련 연구를 사실상 묵인하는 셈이 된다"며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유엔의 입장을 정리해 관련 협약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크 펙스틴 벨기에 대사는 "모든 국가가 지지하지 않는 복제금지 결의안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표결을 강행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슬람회의기구(OIC)의 57개 회원국들도 최근 인간복제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2년간 중단하자는 동의안을 내기로 결의했다며 벨기에 정부는 OIC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엔본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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