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음식, 자녀 건강에 영향

중앙일보

입력

여성이 임신 중 섭취하는 음식은 태아의 유전자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유전자 발현과정에 관여함으로써 아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미국 듀크대학 방사성종양학 랜디 지르틀 교수는 분자세포생물학 8월호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새끼를 밴 살찐 노란 생쥐에게 비타민과 영양 보충제를 추가로 투입한 결과 갈색 새끼 생쥐가 태어났으며, 이 새끼 생쥐는 어미와 달리 건강할 뿐만 아니라 날씬한 생쥐로 자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노란 생쥐가 섭취한 비타민과 보충제가 생쥐의 털색과 건강체질을 좌우하는 유전자 주변 발현인자와 상호작용해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DNA 염기서열의 변형 없이도 음식이나 스트레스, 임산부 영양상태 등 환경적 요인이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변화시켜 암이나 당뇨 같은 질병에 잘 걸릴지 혹은 건강한 체질을 갖게 될지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환경유전학자들은 이처럼 음식 등 환경적 요인이 특정 질병을 유발시키는 데에 대해 돌연변이와 같은 유전자 변형보다는 생물학적 기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메틸화(methylation)도 그 중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메틸화는 마치 브레이크나 가속페달처럼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시켰다가 비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메틸화 과정에서 메틸그룹이 유전자의 특정 지점에 붙어서 유전자 발현에 변화를 준다는 것이다.

메틸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메틸그룹은 전적으로 사람들이 섭취하는 음식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임신 도중 임산부의 음식 섭취는 매우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DNA 염기서열이 글자의 내용이라면 환경유전적 요인은 글자의 내용은 변화시키지 않은 채 대문자나 소문자, 또는 음영을 글자에 넣거나 확대하는 등과 같이 글자체를 마음대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학자들은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불행히도 과학자들은 어떤 영양소가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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