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한방]보약에 관한 속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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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약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거나 바보가 되진 않나요?'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 하던데요?' '보약은 여름에 먹으면 효과가 없다지요?' '간이나 신장에 무리를 준다는데…' 한의원에서 환자들이 던지는 가장 흔한 질문이다.

보약의 대표 약재인 녹용에 대한 오해의 역사는 깊다.

조선시대 약재 창고에선 녹용 도난 사건이 빈번했다. 주로 왕의 첩실이 자녀를 위해 가져갔는데 이를 보다 못한 어의가 방을 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약재라도 의원의 진맥 없이 잘못 사용하면 아이의 머리가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약의 오.남용을 지적한 내용이 오해의 뿌리가 된 셈이다. 그러나 녹용은 허약아에게 수 개월 이상 처방해도 별 탈 없이 좋은 치료성적을 보이는 훌륭한 약재다.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사실도 근거가 없다. 정답은 '살이 찔 수도,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강이 나빠지면 어떤 이는 살이 찌기도 하고 살이 빠지기도 한다. 보약은 우리 신체의 기혈음양(氣血陰陽)의 균형을 잡아줌으로써 건강 회복을 돕는 처방이다. 그러므로 병적인 체중 변화를 정상으로 돌리도록 돕는 것이지 보약이 체중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보약을 먹는 시기(계절)도 잘못 알려져 있다. 보약에는 계절이 따로 없다. 보약은 자신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처방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봄.가을에 보약을 찾는 전통은 농경사회에서 기인한 것이다. 씨 뿌리는 봄과 추수하는 가을에 노동량이 가장 많았고, 보약도 주로 이때 처방받았을 것이다.

보약이 간장이나 신장에 부담을 준다는 속설도 틀렸다. 물론 한약재에는 독성이 있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 약재는 찌거나 볶는 가공단계를 거치고, 다른 약재를 섞어 사용함으로써 독성이 제거된다. 무엇보다 한의학 과정을 이수한 한의사라면 이를 잘 구분하며, 간.신장 질환에 도움이 되는 약물 선택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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