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아파도 움직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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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선 감기 다음으로 흔한 결근 사유가 요통이라고 할 정도다.

인간에게 요통은 불가피한 존재다. 굴곡과 회전 등 가장 과격하고 힘든 동작을 도맡고 있는 척추 속에 하필 뇌에서 비롯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물주는 척추에 인체 내에서 가장 강력한 근육은 물론 충격흡수를 위해 척추와 척추 사이에 디스크란 물렁뼈까지 부여했다.

문제는 갈수록 안락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서 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앉은 자세는 선 자세보다 척추에 두 배나 많은 부담을 준다. 푹신한 의자에 드러눕다시피 앉아서 TV를 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쿠션이 좋은 의자에서 비스듬히 앉아 있을수록 요통이 잘 생긴다. 자동차와 엘리베이터, 리모컨도 마찬가지다.

걷지 못하면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이 약해지고 운동부족으로 늘어난 체중은 척추에 무거운 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몸이 편할수록 척추는 고생하는 법이다. 불편하지만 척추엔 다소 딱딱한 바닥과 의자가 좋다.

자신의 자세가 좋은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벽에 등을 대고 바로 선 자세에서 손바닥을 자신의 허리와 벽 사이에 생긴 공간에 넣어보는 것이다. 이 공간이 크면 클수록 당신의 자세는 나쁘다고 보면 된다. 이런 자세일수록 허리가 심하게 에스자로 휘어져 있다는 뜻이며, 이 경우 많은 하중이 척추에 가해지기 때문이다.

배는 뒤로, 엉덩이는 앞으로 당기는 기분으로 서야 허리와 벽 사이 공간을 줄여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앉을 때도 등보다 허리가 등받이에 닿는다는 기분으로 척추를 곧추 세워야한다. 쿠션이 좋은 침대보다 딱딱한 바닥이 좋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딱딱한 바닥에 누워야 엉덩이와 등이 바닥에 눌리면서 중간의 허리 부분이 바닥에 밀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딱딱한 바닥 역시 허리에 좋지 않으므로 얇은 담요 서너장은 까는 것이 좋다.

가장 좋지 않은 자세는 회전과 굴곡이 동시에 척추에 가해지는 경우다. 허리를 굽혀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는 자세에서 갑자기 등을 돌려 뒤를 돌아보는 경우다. 물건을 들 땐 가능하면 자신과 가깝게 끌어당긴 뒤 허리는 편 자세에서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들어야 한다. 물건을 든 상태에선 가급적 척추를 회전시키지 말아야 한다.

자세가 척추건강의 필요조건이라면 운동은 충분조건이다. 주로 걷기와 수영을 권장한다. 여기에 틈틈이 허리를 움직여주는 맨손체조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오래 앉아 있어서 생긴 요통이나 디스크에 의한 요통이라면 허리를 뒤로 젖혀주는 동작이 좋다. 그러나 백화점 직원처럼 오래 서 있어서 생긴 요통이나 노인에게 흔한 척추관협착증에 의한 요통이라면 앞으로 굽혀주는 동작을 반복해보자.

요통환자가 저지르는 오류는 아프니까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요통은 덜 움직여 생긴 문명병이다. 아프리카 토인에게 요통은 없다는 말도 있다. 과거 요통이 생기면 꼼짝 않고 누워있는 침상안정이 권장됐으나 최근 다소 아프더라도 가벼운 일상생활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주의사항에도 불구하고 요통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다. 대물림되는 유전자 때문이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등과 허리 주위 근육이 유난히 잘 뭉치는 체질을 지닌 사람들이다.
둘째, 척추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가 잘 터지는 체질의 소유자다.
셋째,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척추 내부의 통로(척추관)가 선천적으로 좁은 경우다.

후자로 갈수록 심각한 경우다. 이들은 조심하며 사는 수 밖에 없다. 무거운 물건은 절대 들지 말아야 한다. 볼링이나 테니스.골프.에어로빅 등 척추에 좋지 않은 운동도 삼가야 한다. 척추만큼 조심성 덕을 보는 부위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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