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속 '10억분의 1미터'까지 본다"

중앙일보

입력

첨단 나노(NANO)기술을 이용, 세포 내 물질의 움직임을 '10억분의 1미터(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단위까지 관찰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 재미 한인과학자 주도로 개발됐다.

앞으로 이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각종 질환의 원인 규명과 치료방법, 치료제 개발 등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원인 김민수 박사는 생명공학기술에 나노기술을 응용한 '형광공명에너지전이(FRET)'라는 신기술을 개발, 세계 최초로 면역세포의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실시간으로 밝혀내는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하버드의대 병리학과 스프링거 교수와 함께 이뤄졌으며, 논문은 김 박사를 제1저자로, 저명 과학저널인 '사이언스'(19일자)에 실렸다.

면역세포는 체내 혈관을 타고 이동하다가 염증이나 혈관의 손상부위를 알게 되면 재빠르게 혈관세포에 달라붙어 몸에 침입하는 외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파괴하기 위한 면역반응을 시작한다.

이같은 과정들은 '인테그린(integrin)'이라고 하는 단백질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면역세포가 염증부위를 발견하면 인테그린 단백질을 활성화하고 이렇게 활성화된 인테그린은 혈관세포 표면의 '아이캠(ICAM)'이라는 물질과 단단히 결합함으로써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게 된다.

김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해파리의 형광물질에서 추출한 청색과 황색의 형광단백질을 유전자 조작으로 인테그린에 부착, 두 형광물질의 상호작용으로 살아 있는 세포가 마치 카멜레온처럼 각기 다른 색깔을 띨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면역세포에 브레이크를 단 것처럼, 혈관을 돌던 세포가 멈춰 설 때 특정 색깔을 띠게 함으로써 세포 내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살아있는 세포 관찰에 나노기술을 접목한 세계 최초의 연구성과"라며 "특히 인테그린 단백질은 면역세포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전이, 혈소판 응고과정, 정상세포의 발달 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번 기술의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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