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인턴·레지던트 '전공의 노조'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노동조합이 생겨날 전망이다.

전국 2백42개 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오는 26일 정기총회에서 노조 설립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달 토론회를 열어 세부 방안을 정할 방침이라고 18일 밝혔다.

협의회는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노조를 출범시켜 내년부터 임단협 협상을 할 계획이다. 협의회는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전공의 노조를 설립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전공의는 의과대학을 졸업해 의사면허를 딴 뒤 분야별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인턴(1년)과 레지던트(4년)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를 말하며, 현재 전국적으로 1만4천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노조 설립 이유로 근무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인턴의 평균 월급여가 1백50만원, 레지던트는 1년차가 1백60여만원, 4년차가 1백80여만원선이다. 이에 비해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수가 (酬價.의료행위의 가격)를 산정하는 데 적용하는 의사 월급은 7백만~8백만원 선이다.

또 일부 병원의 당직실은 남녀 구분이 안돼 혼숙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전공의들은 열악한 대우를 받는데도 의료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면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2000년 의약분업 관련 의료계 파업 사태 때 이미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올 들어 작업이 구체화된 것이다.

협의회는 직업별 노조 형태를 취하고 병원별로 지회를 두기로 했다. 전교조와 비슷한 형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 외에 병원의 고용 의사들은 이번 노조설립과 관계가 없다.

이에 대해 의사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이 합법적이긴 하지만 단체 행동으로 인한 진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파업을 벌이면 병원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협의회 관계자는 "파업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단체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