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조울증 환자 자살방지엔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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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마케팅을 앞세운 신약들에 밀려났던 값이 비싸지 않은 조울증 치료제 리튬(lithium)이 고가의 신약보다 실제로 자살 방지에 훨씬 더 많은 효과를 지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프레드릭 굿윈 박사 등 미국 조지 워싱턴대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17일자로 발행된 미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서 리튬이 정신장애와 관련있는 심한 감정기복을 막는 데 있어 고가 신약인 '데파코트(Depakote)'에 못지 않았다면서 신약 처방 환자들의 자살 가능성이 리튬 복용자보다 오히려 2.7배나 높았다고 보고했다.

굿윈 박사팀은 오클랜드의 카이저 퍼머넌트 메디케어, 시애틀 그룹 헬스 코퍼레이티브 등 두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조울증 환자 2만638명에 대한 진료기록을 분석, 이같은 결론을 도출냈다.

굿윈 박사팀은 디발프로엑스(divalproex)로 알려진 데파코트를 복용한 환자들 가운데 매년 1천명당 31.3명이 자살을 시도했던 것과 달리 리튬은 이보다 훨씬 적은 10.8명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디발프로엑스 처방 환자들의 경우 한 해 1천명당 1.7명꼴로 자살했지만 리튬복용그룹은 0.7명에 불과했다고 설명, 리튬이 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막기 위해 가장 좋은 약품이라고 덧붙였다.

심한 우울증과 지나친 흥분을 오가는 조울증은 미 전체 인구 중 1.3-1.5%가 앓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정신질환으로 환자 5명중 1명꼴로 일생 동안 몇 차례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리튬은 1994년만 해도 조울증 처방의 80%를 차지, 압도적인 위치를 점했으나 지난 2001년에는 데파코트가 미국내 처방의 70%를 웃돌아 역전됐다. 연간 매출액도 리튬은 4천300만달러에 불과하나 데파코트는 10억여달러에 달하고 있다.

한편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뉴욕대 노먼 서스먼 교수도 "자살 가능성을 줄일 수만 있다면 리튬 처방은 훌륭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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