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입은 보석 12개와 작은 절구 16개가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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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아들을 볼 때마다 느낀다.

“ 자연이란 얼마나 오묘한지!”

어금니는 잘 씹어먹으라고 그렇게 올록볼록하고 앞니는 웃을 때 예쁘게 드러나게 잘 생겼다.

◇ '절구치아' 라는 뜻의 어금니

어금니는 한자 이름이 舊齒이다. 절구치아라는 뜻이다. 잘 씹어먹으라고 절구같이 생겼다. 그것도 아주 올록볼록하면서도 그 올록볼록한 부분들이 상하 좌우 아귀가 딱딱 들어맞아 효율이 아주 좋은 절구이다.

우리는 입안에 이렇게 효율이 좋은 작은 절구 16개(사랑니 빼고)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 작은 절구들은 음식 덩어리들을 가루처럼 작아질 때까지 짓이기고 부술 수 있다.

그래서 만약에 어금니들이 망가진다면 음식을 잘게 부술 수 없게 되고 위장은 무리하게 되며 음식의 영양분 흡수가 어려워지게 되기 때문에 어금니의 건강은 몸 전체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 보석처럼 생긴 앞니

앞니들은 웃을 때 예쁘라고 보석처럼 생겼다. 웃을 때마다 반짝거리며 빛난다.

거울로 앞니를 자세히 보면 앞니는 그냥 하얀 것만이 아니라 그 속에 수많은 색들이 들어있다. 오렌지, 청색, 백색, 노란색, 오팔색 .... 어느 부분은 푸를 정도로 투명하기도 하고 어느 부분은 불투명하다.

더욱 자세히 보면 섬광같이 일어나는 빛의 줄기도 보이고 심연처럼 짙푸른 투명층도 있다. 그 색들이 서로 섞이고 빛을 반사하고 투과시키면서 이의 자연스런 색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 앞니들은 입술 속에 있다가 이를 드러내고 웃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웃기 시작하면 반짝거리면서 드러난다. 마치“ 당신은 내면에 아름다운 보석이 있는 사람이네요. 당신이 웃기 시작하니 그 보석들이 반짝거리며 드러나 보이는군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 환자의 입안은 치과 의사들의 갤러리

개인적인 취향을 말하자면 나는 앞니작업을 더 좋아한다. 앞니는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치과의사들의 작업의 특징은 자신의 작품이 환자의 입안에서 기능을 하며 함께 나이 먹어가며 늘 환자의 입안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입안은 치과의사들의 갤러리이다. 그래서 늘 정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열심히 해도 하나도 드러나지 않네! 마치 내장기관처럼 나의 결과물은 입안에 남아있지만 비밀의 갤러리로군.

나는 어느 순간부터 비밀의 갤러리에 작은 절구를 전시하는 일보다 개방된 갤러리의 보석을 다듬는 작업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우리는 앞니 작업을 할 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무엇인가를 앞니를 위해 할 수 있다.

마치 예술가가 어떤 작품에 끝없는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처럼...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앞니 작업을 그래서 좋아한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의 입 안에 보석 12개와 작은 절구 16개를 전시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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