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요" 상황별 대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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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열이 난다는 것은 몸의 ‘중심체온’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겨드랑이에 땀을 닦아내고 약 5분쯤 체온계를 꽂아서 열을 재거나, 귀체온계로 쟀을 때 37.5·c 이상이면 ‘미열이 있다’고 하고, 38·c 이상이면 ‘본격적으로 열이 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몸은 뜨거운데도 열을 재보면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피부 온도만 올라가고 중심체온은 높지 않은 상태이거나(더운 곳에서 금방 들어왔을 때나, 열심히 뛰놀고 난 후 일시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겨드랑이에 땀이 묻어있어서 혹은 귀 체온계로 잴 때 각도가 잘 맞지 않아서 정확히 재어지지 않은 경우 입니다.

◇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 침입

다른 증상 없이 ‘열’만 나는 원인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 속으로 침입하여 발생하는 열입니다.

흔히 말하는 열감기란 2-3일 정도 열만 나다가 열이 내리면서 피부발진이 생기며 대개 합병증 없이 좋아지는 것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병입니다. 한편 열이 5일 이상 3주 정도 지속되며 합병증 까지 오는 바이러스감염도 있으므로 열의 진행과정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급성 인후염이나 중이염, 급성 부비동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단지 열만 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종류의 폐렴은 기침도 거의 안하면서 열만 나다가 급성으로 진행하여 입원치료 까지 받아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밖에 흔한 것이 요로감염인데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이들에게서는 소변에 대한 증상을 알기가 어렵지만, 소변 볼 때 힘을 준다든가,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든가, 너무 자주 혹은 너무 드물게 소변을 본다든가 하는 증상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

◇ 요로감염시 소변 검사 시행해야

복통이나 구토 등 소화장애 증상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요로감염이 의심되면 소변 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열이 나는 요로감염은 대체로 입원 치료를 요합니다.

또한 장, 심장, 간이나 담도, 뇌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열이 나는 경우도 있고, 교원성질환(자가면역 질환)이나 가와사끼 병이라든가, 악성질환(백혈병, 임파종 등)의 경우에도 초기에 열만 발현되기도 합니다.

일단 아기가 열이 나면 소아과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아보아야 합니다. 열이 난 기간, 연령, 진찰 소견을 종합하여 열의 원인을 밝히게 되는데, 뚜렷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소변검사, 피검사, 가슴 X-ray 등 비교적 간단한 검사를 통하여 원인을 찾아보고 아이를 계속 관찰해야 합니다. 열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입원하여 정밀 검사를 받아야하는 수도 있습니다.

◇ 신생아 고열시는 병원에 데려가야

신생아가 열이 날 때는 바로 병원에 데려가야 합니다. 해열제만 먹이고 기다리다가는 자칫 전신의 패혈증이나 뇌막염 등 심각한 질환을 방치하게 될 수 있어 곤란합니다.

어린 영아가 열이 나는 경우는 온도 조절 능력이 부족하여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는 수 도 있으므로 우선 열을 발산 시킵니다. 너무 덥게 싸매놓지 말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낸다든가, 시원한 물을 먹입니다.

수건으로 닦아내는 걸 싫어한다면 미지근한 물에 잠시 담가놓아 식혀줄 수도 있습니다. 알콜로 닦는 것은 어린 아이에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처 병원에 가지 못했는데 아이가 열 때문에 힘들어 한다면 해열제를 한번 정도 먹일 수 있습니다.

해열제 먹이는 기준은 정해진 온도가 있는 것은 아니며, 미열 정도이면서 아이가 잘 견디고 있다면 구지 약을 먹이지 않고 시원하게 열만 식혀줄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온도에서도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하면 해열제를 한번 먹이거나 항문에 해열 좌약을 넣어줄 수 있습니다.

◇ 열이 나면서 추운 경우 적당히 덮어줘야

큰 아이의 경우는 열이 나면서 춥다고 호소하는 수가 많은데 오한이 들 때는 너무 벗겨놓지 말고 아이가 원하는 만큼 덮어줍니다.

열이 너무 심하여 열경기를 하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신속히 응급처치를 해주십시오.

열경기란 아이가 열이 나면서 의식을 잃고, 팔다리가 뻣뻣해지거나 축 쳐지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련이 있는 동안에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해주는 것입니다.

의식이 없을 때 자기 이빨로 혀를 깨물 수도 있고, 혀를 말아 기도가 막힐 수도 있으므로 고개를 옆으로 하고, 가제수건으로 숟가락을 싸서 입에 넣어 혀를 눌러 주어 기도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빨리 열을 식혀 주는 것이 중요한데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입으로 약(해열제나 기응환 같은 진정제등)을 먹이시면 절대 안됩니다. 기도로 넘어가 질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의식이 없을때 해열제 먹이면 위험

찬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 항문에 해열좌약을 넣어 주십시오. 좌약을 넣을 때는 비닐장갑을 끼고, 좌약을 항문 속에 넣은 후 손가락 하나를 깊게 넣어 좌약이 직장 깊숙이 들어가도록 합니다.

살짝 걸치게 넣으면 힘줄 때 금방 빠져 나옵니다. 열이 식으면서 의식이 바로 돌아와 운다든가, 엄마를 알아보아야 하는데 3-4분 내에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응급실로 빨리 후송하여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한가지 더 ! 체온계로 열을 잴 때 수은 체온계를 입에 물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아이가 깨물어 유리 파편에 입이 찔릴 수도 있고, 수은이 입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정도의 큰 아이들도 체온계를 깨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 체온계나 귀체온계를 이용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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