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부시 요청 에이즈 기금 3분의 1 삭감

중앙일보

입력

아프리카를 순방중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 아프리카의 에이즈(AIDS) 퇴치 투쟁에 미국도 함께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은 3번째 방문국인 보츠와나에서 페스투스 모가에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에이즈는 "지금까지 아프리카가 만난 적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적"이라면서 미국도 이 도전에 함께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부시 대통령은 "보츠와나 국민들은 에이즈를 퇴치할 용기와 결의를 갖고 있으며 미국도 여러분의 동반자"라고 말해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美 하원은 이날 부시 대통령이 지난 5월 서명한 세계 에이즈예방 및 치료법에 따른 내년 예산중 3분의 2만을 지출토록 승인했다.

하원 대외원조지출 소위원회 위원장인 짐 콜베 의원은 의회는 해외 에이즈퇴치투쟁에 5년간 150억달러를 지출키로 한 약속을 지킬 것이나 이 계획이 막 시작된 첫해에 30억달러를 지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콜베 의원이 이끄는 하원 대외 세출위원회는 이날 오는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2004 회계연도에 에이즈와 기타 전염성질병 퇴치에 14억3천만달러를 지출토록 승인했다.

하원은 6억4천400만달러에 달하는 다른 지출법안을 승인할 예정이며 이렇게 되면 내년도 에이즈 및 전염성 질병 퇴치예산 전체 규모는 올해보다 5억달러 정도 늘어나 20억달러를 웃돌게 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에이즈 활동가들은 의회가 새로운 법에 따른 30억달러 전액을 승인하지 않으면 미국의 신뢰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시 잭슨 하원의원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대학살에 버금가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에이즈 퇴치예산을 줄이는 것은 '도덕적 불명예'라고 비난했다.

한편 영국의 유력 의학저널인 랜싯은 부시 대통령이 랜달 토비아스를 에이즈퇴치를 총괄 조정관으로 임명한 것은 제약업계와의 유착의혹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은 150억달러에 달하는 에이즈퇴치 운동을 주창할 아프리카 순방에 나서기전 제약회사 회장출신인 토비아스를 국제에이즈 조정관으로 임명했으며 그는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미국 연방정부 각 부처의 에이즈 퇴치 활동을 총괄적으로 조정하는 국무부 에이즈국의 책임자로 일하게 된다.

랜싯은 사설에서 토비아스는 행정능력에도 불구하고 에이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아프리카 경험이 없는데다 과거 공화당의 주요 정치헌금자였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신뢰성에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가보로네.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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