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라주는 주부습진의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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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습진에 걸린 주부 중에서는 가족들 때문에 실상 더 괴로운 경우가 많다.

사람이 손을 쓰지 못하면 본인처럼 갑갑하고 괴로운 일이 없는 것이고, 주부습진에 걸리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인데, 남편의 무관심이나 시어머니의 이해 부족으로 고생하는 주부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

30대 후반의 주부 이모씨는 지난 겨울 계획에 없던 둘째 아기를 출산한 이후 주부습진이 심해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필자를 찾아왔다.

예전에도 제사를 지낸다던가 일을 좀 많이 하면 며칠씩 증상이 생겨 약국에서 약을 사다 바르고 나아지고 했었지만, 이렇게 심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아기 목욕이나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을 안 할 수도 없다. 남편은 며칠 도와주는 시늉만 하다 말고, 시어머니는 옛날에 세탁기도 더운 물도 없던 시절에도 당신은 괜찮았건만, 며느리가 참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눈치라고 했다.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으로 2∼3주만 집안일에서 해방이 될 수 있다면 깨끗이 나을 주부습진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내내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 2~3주만 집안일에서 해방되면 낫는 주부습진

손바닥과 손가락 전체적으로 울긋불긋해지고 군데군데 물집이 잡히고 껍질이 벗겨지고 피부가 갈라져 피가 나기도 하고 쓰라리고 아픈 증상이 주부습진이다. 주부습진이 심해지면 손끝으로 물건을 쥐거나 무엇을 만지기도 괴로운 지경에 이른다.

주부습진은 여성들의 연약한 손 피부가 물이나 세제 같은 특정한 물질에 자주 접촉돼 생기는 자극성 접촉성 피부염이다.
접촉성 피부염 치료의 기본은 그 물질을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주부에게 물이나 세제를 손에 대지 말라고 하면 그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눈 딱 감고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집안이 얼마간 엉망이 되는 것을 감수하여야지만이 치료가 된다. 즉, 가장 좋은 치료는 약을 발라주면서 완치될 때까지 집안일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 면장갑 끼고 고무장잡 끼면 도움돼

하지만 사정상 굳이 집안일을 해야만 한다면 이렇게 하자. 면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하루에 한번 정도로 설거지나 빨래를 줄이고 몰아서 하는 것이다. 이러한 후에는 손을 씻고 유분이 풍부한 크림이나 로션, 연고를 잊지 말고 발라준다.

주부습진은 사실 주부 뿐만 아니라, 미용사나 요리사, 청소부 등의 사람들에게도 직업병으로 잘 발생한다. 또한 주부습진의 발생에는 개인적인 소인도 대단히 중요한데, 피부가 건조하고 아토피성 피부염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잘 발생을 한다.

◇ 피부가 건조하면 잘 발생

이러한 주부습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이 물이나 세제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고무제품, 향료, 금속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가의 여부를 확인하여 이들과의 접촉을 미리 피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주부습진이 발병하면 재발이 잘 돼 완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부습진은 곰팡이성 질환인 무좀이나 피곤할 때 손에 물집이 잡히는 한포진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증상이 심할 때는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에게 직접 상태를 보이고 나서 치료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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