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약복용 너무 과민

중앙일보

입력

임신인지 모르고 감기약이나 항생제를 먹은 분들, 그리고 X-선 촬영을 했거나 음주.흡연을 한 분들은 많이 불안하실 겁니다. 사실 최근 삼성제일병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해가 갑니다.

임신한 여성 2천여명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렇게 찜찜한 상태에서 출산하면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40% 쯤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는군요.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지나친 것입니다. 이 병원에서 임신 중에 음주.흡연.약.X-선 등에 노출된 여성의 아이가 기형아로 태어날 위험을 조사한 결과 3.2%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일반 여성의 기형아 출산율인 3~5%의 범위 안에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복용한 약(감기약.항생제.소염진통제 등)이나 X-선 검사 등이 태아에게 해로울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으로 인공 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것입니다. 이 병원 조사에 따르면 임신 중 약 등을 복용한 여성 5명 중 한 명이 의료인들로부터 "유산하시는 게 좋습니다"라는 잘못된 권유를 받았다고 하는군요.

물론 임신중 약 복용은 신중해야 합니다. 이는 약이 태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아주대병원 산부인과 양정인 교수).

임신 중 산모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꼭 약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의사의 도움을 받으며 약을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겠지요.

따라서 임신 중에 여드름약 로아큐탄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면 임신중절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방사선 검사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방사선 검사와 기형아 출산은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아주대병원 진단방사선과 이은주 교수).

이처럼 불필요한 걱정과 인공유산을 예방하려면 계획 임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부의 계획임신율은 30% 수준에 그칩니다(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렬 교수). 또 약 등에 노출된 경우 적극적으로 의사의 도움을 받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