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조훈현9단 전대미문의 반칙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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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9단이 착수금지지역에 착수하는 전대미문의 해프닝 끝에 반칙패를 당했다.조9단은 2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현대자동차배 기성전 본선 최철한5단과의 대국에서 패싸움을 하던중 상대가 빵때림한 그곳에 돌을 놓았다.

이 장면을 <기보>로 보자.지금 상황은 백을 쥔 최5단이 좌변 백 대마를 잡으러가자 흑도 좌하귀의 패로 대항하고 있는 난해한 국면이다.
흑1은 패감이다.백은 2를 하나 선수해두고 곧바로 4로 파호하여 대마의 두집을 없앴다.이제 흑은 A에 두어 패를 따낼 차례.그런데 조9단은 깊은 생각에 잠겨있더니 문득 5의 곳에 돌을 놓는 것이 아닌가.

이곳은 이미 백이 빵때림을 한 곳으로 돌을 놓을 수 없는 착수금지구역이다.순간 조9단이나 최5단 모두 깜짝 놀랐다.바둑은 물론 조9단의 반칙패로 바로 끝났다.이 장면을 본 바둑사가 안영이씨는 “고금을 통틀어 처음 보는 장면”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둑에도 반칙패는 많았다.두번 연속 두는 것,패감을 쓰지 않고 패를 따내는 것,착수했다가 다시 들어내는 것, 공배가 비어있는 사석을 들어내는 것,초읽기를 넘기는 것등은 흔하지는 않지만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반칙패의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조9단의 경우처럼 빵따낸 곳에 돌을 갖다놓는 일은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공식대국 사상 초유의 일이다.바둑에 취하면 별일이 다 벌어진다고 하지만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조9단은 “모르겠어.왜그랬는지 나도 몰라.”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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