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탈 쇼핑'의 허와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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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력교정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술을 받기 전에 인터넷이나 전화, 혹은 병원을 직접 방문하여 수술에 관해서 평소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해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심지어 좋은 물건을 싼 가격으로 구매하려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쇼핑족과 같이 병원도 여러 곳에서 검사와 상담을 받고 수술을 결정하는 ‘호스피탈 쇼핑족’들도 제법 있다.

◇ 여러 병원에서 상담받는 '호스피탈 쇼핑'늘어

과거 수술만 받으면 아무런 부작용이 없이 좋은 시력을 찾을 수 있다는 환상(?)으로 자기의 눈을 과감하게 맡겼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된다.

물론 시력교정수술은 적어도 십년이상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로 고생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하루 아침에 기적과도 같은 시력을 찾을 수 있는 환상(?)적인 수술이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눈이 건조해지거나 야간에 사물이나 불빛이 퍼져 보이거나 다시 근시가 퇴행되어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 수술이기도 하다.

최근 대부분의 안과 의사들은 시력교정수술의 ‘대표자’격인 라식수술이 눈부신 기술의 발달로 거의 최상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본다.

◇ 눈부신 기술의 발달로 라식수술 수준 거의 최상에 도달

초창기 치명적인 사고(?)를 저질렀던 미세각막절삭기도 이제는 100마이크론 정도의 상상하기도 어려운 얇은 각막절편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수술대에 누워 불안하여 눈동자를 가만히 두지 못해 두리번거려 동공의 중심을 벗어난 레이저조사의 원인이 되었던 엑시머 레이저 시스템도 1초당 수천 번의 움직임까지도 추적하여 정확하게 눈의 중심에 레이저를 조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 있다.

이러한 눈부신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라식수술의 적응이 되는 범위는 오히려 좁아졌다. 수술후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의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검사 기법이나 장비가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개인의 시력도수나 각막두께, 동공크기 정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다양한 안기능 검사를 통해 수술후 ‘편안한’ 시력을 찾을 수 있는 방법까지 시도하고 있다.

가령 안경을 맞출 때도 근시(멀리 있는 것이 잘 보이지 않음)인 사람의 경우 종합적인 안기능 검사를 통해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결과를 예측 할 수 있다.

◇ 같은 시력도수라도 개인의 시기능에 따라 교정값은 달라

완전 교정 시력이 1.2일 때 만족하거나 교정 시력을 0.8~0.9에 맞추어 다소 도수를 낮추어야 편안하게 느끼거나 반대로 약간의 원시 상태(과교정)로 시력을 교정해야 오히려 편안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즉 같은 시력도수라도 개개인의 시기능에 따라 안경이나 수술로 교정하는 도수값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말이다.

환자들을 접하다보면 아주 다양한 경험을 한다. 시력은 좋으나 쉽게 피로하고 근거리를 오래 보지 못하거나 책을 조금만 보면 졸음이 오거나 충혈이 잘 되고 사물을 오래 볼 수 없거나 뾰족한 것을 잘 보지 못하거나 머리가 자주 아파서 고생하거나 오전과 오후의 시력에 차이가 있는 사람은 보다 정밀한 시기능검사를 받아야 하며 시력교정수술을 받을 때에도 이러한 검사결과를 토대로 수술양을 결정해야 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력교정을 위해 안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수술이 무조건 좋다고 선전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보다 편안한 시력을 위해 그리고,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 안과 의사들도 노력해야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수술적인 방법을 선택하려는 사람들도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하겠다. 하지만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관점으로 ‘호스피탈 쇼핑’을 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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