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위해 입국한 미국인 '사스 추정환자'로 판정

중앙일보

입력

환승을 위해 지난 11일 오후 입국한 필리핀계 미국인 남성(81)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추정환자로 판정됐다.

국립보건원은 12일 "이 남자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사스 위험지역인 필리핀에서 왔고▶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흉부 엑스선 검사 결과 폐렴증세가 있어 사스 추정환자로 판정했다"고 발표했다.

보건원은 이 환자의 증세가 사스와 일치해 이날 오전 전화로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해 사스 추정환자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 미국인은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체류하다 귀국한 K씨(41)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 사스 추정환자로 분류됐다. WHO는 국적이나 감염지역에 관계없이 환자가 발생한 나라를 기준으로 통계를 잡고 있다.

이 미국인은 필리핀에서 15일간 체류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위해 11일 오후 5시40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려다 공항 검역에서 격리 조치됐다.

보건 당국은 이 환자가 고열과 호흡곤란뿐 아니라 가래가 많이 나오고 각혈까지 하는 등 증세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호흡곤란 증세가 심각할 때를 대비해 산소호흡기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원은 이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1백10명 가운데 승무원 11명과 환자 주변에 앉았던 5명(외국인 3명 포함)을 자택 격리했으며 나머지 입국자 94명의 이상 유무를 추적하고 있다.

보건원은 입국설문조사에서 전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자택 격리를 권고하는 한편 앞으로 이상 증세가 발견될 경우 즉시 격리병원에 입원시킬 방침이다.

보건원은 또 지난달 '아세안+3'회담에서 사스 의심환자나 추정환자를 다른 나라로 내보내지 않기로 합의했으나 필리핀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필리핀에서 10명의 사스환자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자 지난 8일 여행 자제지역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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