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철분 과다,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설

중앙일보

입력

뇌의 자철광 과다가 알츠하이머병과 연관 있는 것 같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철광은 천년 전부터 나침반의 침(針)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10년 전에는 이 금속이 인간의 뇌에도 있다는 사실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지구생물학자 조 커시빙크 박사가 알아냈다.

영국 킬대학의 생물물리학자 존 도브슨 박사는 15일 UPI통신과의 회견에서 뇌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주 약한 자기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초전도양자간섭장치(SQUID)를 이용,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의 자철광을 측정한 결과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SQUID 검사를 받은 뇌조직은 사망 전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확인된 사람 3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의 시신에서 채취한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서는 뇌 조직 1g당 1-7㎍의 자철광이 검출되었으며 공격적인 형태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나 말기 환자들의 경우 가장 높은 자철광 수치를 보였다고 도브슨 박사는 말했다.

정상인 3명 중 2명은 자철광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으며 나머지 한 명은 약간 검출되었다. 이 사람은 사망 전에는 알츠하이머병 증세가 없었지만 뇌조직 분석에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비정상적인 단백질 엉킴이 발견되었다.

도브슨 박사는 이 사실이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된다면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조기에 진단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브슨 박사는 뇌종양에서도 자철광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고 밝히고 병든 신경조직은 실제로는 자철광 형태의 과잉 철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뇌에 자철광이 형성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는 질병을 일으키는 인자라기 보다는 질병의 부산물일 수 있다고 도브슨 박사는 덧붙였다.

이 연구에는 런던 킹즈대학의 신경과학자 나뎀 칸 박사와 런던대학의 화학교수 디미트리 하우토트 박사도 참여했다. (스토크-온-트렌트<영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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