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간 유전체 연구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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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간게놈프로젝트(HGP)에 참여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초 과학기술부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단장 유향숙)을 출범시키면서 유전체연구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 당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인간게놈 관련 연구가 미국을 100%로 보았을 때 40% 수준으로, 유럽연합(80%), 일본(70%) 등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으로 평가했었다.

이에 따라 사업단에서는 선진국과의 현격한 기술력 차이, 제한된 인력, 예산, 인프라 등을 감안해 한국인에게 발병 빈도가 높은 위암과 간암만을 연구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사업단은 이 결과 지난 3년 동안 약 2만개의 유전자를 자체 발굴, 이를 국내 연구자들에게 무상으로 분양하는 한편 미국국립암연구소에서 발굴한 1만여개의 유전자와 서로 교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유전자의 자세한 기능을 초고속으로 규명하는 DNA칩 기반기술을 이용해 위암.간암 환자의 암 조직과 정상조직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암조직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유전자 약 1천여종을 발굴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는 당장 위암과 간암을 정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암과 간암 생존율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첫발을 내딘 것으로 연구진은 자체 평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1천종의 특이 유전자군 가운데서 일부는 새로운 항암치료제의 타깃 발굴, 위암.간암의 조기진단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유전체 연구의 성과가 속속 나오자 지난해 복지부에서는 질환별유전체연구센터를 설립했고, 과기부는 유전체 연구사업과 연계해 단백질의 기능을 집중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을 출범시켰다.

또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국내의 유전체 관련 연구 결과를 연구자들이 공동활용하고, 연구집단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기부는 국가유전체정보센터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설립했다.

그러나 이같은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전체 사업에 대한 평가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우선 유전체 연구사업의 기반기술로 꼽히고 있는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 관련 기술과 인력이 절대 부족한 점을 들고 있다.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술은 이미 공개돼 있는 방대한 양의 게놈정보를 습득해 재가공하고 새로운 게놈정보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현재 국내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앞으로 '연구에서 상업화'에 이르는 체계적 시스템이 보강돼야 하고 국제공동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향숙 단장은 "국내 유전체 연구수준은 3년 전 미국의 40% 수준에서 이제는 70-80% 수준까지 따라잡은 상황"이라며 "한국인과 서양인의 유전 형질을 비교해 한국인에게 특이적인 단일염기다형성(SNP)을 발굴하는 사업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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