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통금 어겼다고 '탕탕탕', 25살 알바니아 청년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9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경찰의 무력남용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촛불을 들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경찰의 무력남용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촛불을 들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동남부 발칸반도 서북부의 알바니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행금지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이 쏜 총에 20대 청년이 숨지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수백 명이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날 클로디안 라샤(25)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야간통행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총에 사망하자 들고일어난 것이다.

경찰은 애초 "라샤가 움직이지 말라는 경찰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고, 무기를 소지했다"고 발표했지만, 나중에 가서야 "무기가 아닌 물건을 쥐고 있었다"고 정정했다. 또 라샤에게 총을 쏜 경찰관이 총기 사용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경찰관은 체포돼 조사를 받는 중이다.

9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경찰의 무력남용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정부청사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을 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경찰의 무력남용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정부청사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을 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재 알바니아에선 10명 이상이 모이는 공공집회가 금지된 상황이다. 하지만  수백 명의 시위대는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또 경찰을 관리·감독하는 내무부 청사와 에디 라마 총리 집무공간이 있는 정부종합청사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살포했고, 시위대는 정부청사와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정부청사 앞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들은 산더르 레샤이 내무장관 사임을 요구하며, 일부는 '독재 종식' 및 '정의 구현'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경찰은 성명을 내고 "경찰관이 시민을 살해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지만 이를 무차별적인 폭력을 촉구하는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시위대에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당국은 시위 대응 과정에서 경찰관 9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3명은 부상이 심각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시위대 중 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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