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란 살을 찌기 위해 하는 것

중앙일보

입력

얼마전 한 기사를 보면서 “어, 나도 저러는데... 그렇다면 나도 비만?”하고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미국의 보스턴 아동병원 연구원에서 18~30세의 백인 2027명과 흑인 1726명을 15년동안이나 장기 추적해 내놓은 결과인데, 자동차를 타고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현대 문명인이라면 아마 대부분 해당하는 경우였을 것이다.

1주일에 2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고, 최소한 하루에 2.5시간 이상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경우 1주일에 1회 이하 패스트푸드를 먹고 하루에 단지 1시간 반 정도 탤레비전을 시청하는 사람에 비해 비만과 포도당 조절능력 이상을 보이는 비율이 3배나 높다는 것이다.

여기서 패스트푸드라 하면 감자튀김이냐 햄버거 따위의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패스트푸드를 포함한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 자신의 식습관을 돌아본다

자신을 한 번 돌이켜보자.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거실의 소파 위에서 둥글둥글거리며 하루종일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리며 포테이토칩 과자봉지 하나를 들고, TV를 시청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어디 그 뿐인가. 밤늦은 시각, 재미있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후라이드 치킨이나 피자 같은 야식을 즐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TV를 보면서 맛있는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것. 그것만큼 일신이 편안하고 뿌듯한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 요즘 같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하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비만인의 축에 속해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나라한의원을 찾는 대부분의 비만인들을 보면 위의 경우처럼 작은 생활습관이나 가치관 자체가 살이 찌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는 환자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필자가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방해가 되는 것들”, “다이어트를 하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써 보도록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가 친구들과의 술자리, 일요일(아무 일 없이 집에서 쉬게 되는 것), 폭식, 회식, 야식, 운동을 싫어함, 누워있는 것을 종아함 등이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것들이라고 써 놓는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방해하는 요소들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이 상당히 즐기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즉 그것들을 함으로 해서 내가 기쁘고, 즐겁고 만족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잃는 것들 또한 다이어트의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하나, 둘씩 없애면서 생겨나는 것들이다. 즉 친구들과의 멀어짐, 대인관계의 어려움, 스트레스 해소의 부재 등을 들었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변비, 소화장애, 그리고 여타의 질병으로 오게 되는 비만은 오히려 한약이나 의료기술로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요요현상도 극히 드물며, 1000명의 1명 꼴로 성공한다는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경우도 꽤 된다.

◇ 스트레스에 주의한다

하지만 이미 내 몸에 베어 있는 생활습관과 가치관으로 비만이 된 경우의 다이어트는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비만을 치료하는 동안 소식과 운동은 필수적인 것이다.

때문에 과식이나 폭식을 부르게 되는 회식자리나 술자리는 되도록 피하라고 얘기한다. 어디 그 뿐인가. 햄버거나 과자를 먹으면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는 휴식 같은 작은 행복은 다이어시 피해야 할 행동. 하기 싫은 운동도 하루 30분~1시간 동안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되고, 하기 싫은 것을 해야 되기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의 부작용이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처음 몇 일간은 살이 쏙쏙 빠지다가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오히려 살이 찌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다이어트를 시도한 횟수가 많을수록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때문에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게 되는데, 바로 그 원인이 다이어트를 하면서 갖는 부담감과 스트레스에 있는 것이다.

먼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기(氣)의 흐름에 장애가 생기게 된다. 기 흐름에 장애가 생기면 보통은 기통(氣痛)이라는 통증의 형태가 나타난다. 온몸이 이유 없이 아프고, 몸살이 나기도 한다. 혹은 가슴이 꽉 막히거나, 신경 쓰면 대소변을 잘 못 보게 되는 등의 증상이 부수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기흐름의 장애는 다시 혈액의 운송 능력을 떨어뜨리게 되고, 이는 근육이 필요할 때 지방을 가져다가 쓰는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하므로 비만을 가중시키게 된다.

또한 스트레스는 간의 기 흐름을 방해하고 뭉치게 하여 두통, 짜증, 자주 화를 냄,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이렇게 간의 나쁜 기운이 왕성하게 되면 비장의 기능을 억제하게 되고 이는 신진대사 작용을 원활히 할 수 없기 하여 지방대사에 장애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스트레스로 발생한 풍이라는 기운은 비장에 영향을 미쳐서 폭식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통증과 폭식 등은 정체현상이나 실패를 불러오고 그 안에서 환자들은 좌절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포기하게 된다. 아무리 전문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헬스클럽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스트레스를 안고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면 치료율은 떨어지고, 운동효과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다이어트..자기 삶의 조절과 지혜 담겨야

오히려 피곤과 짜증만 늘어나 성격장애나 우울증 등의 증세까지 불러올 수도 있다. 실제로 나라한의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잦은 다이어트로 생활이 무기력해지고, 웃음을 잃어버려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란 살이 찌기 위해 하는 것”이란 말이 맞는 건 바로 이런 경우 때문이다.

하면 할수록 빠져나오지는 못하고 허우적거리게 되는 “다이어트”. 다이어트의 함정은 바로‘스트레스’에 있었다. 그렇다면 그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열쇠 또한 그 안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내가 잃게 될 것’과 ‘얻게 될 것’들을 놓고 냉정하게 판단을 내려보자. 그리고 ‘얻게 될 것들의 진정한 의미’를 상상하면서 다이어트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제 다이어트 속으로 한 걸음 내딛어도 좋을 것이다.

단순한 겉모습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삶을 조절하고 즐길 줄 알아가는 것 또한 진정한 다이어트 안에 숨어있는 하나의 큰 선물이 아니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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