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품 판촉비' 논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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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들이 병원과 의사들을 상전처럼 모시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이 환자 처방전에 어떤 약을 먹으라고 써 주느냐에 따라 매출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제약업계는 자사 약품을 쓰는 의사와 병원들에 갖가지 사례를 하곤 한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제약회사들의 이런 마케팅 활동에 비리가 많다고 보고, 제한할 방침을 구체화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이 의사들에게 건네는 각종 선물과 리베이트 가운데는 불법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 보건부는 제약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런 형태의 판촉비가 계속 불어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뿐 아니라 적자 투성이인 정부의 의료재정을 더욱 축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방침에 소비자 단체들은 "잘 하는 일"이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수혜자인 의사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제약회사들이 병원 측에 건네는 각종 지원금은 자신들의 연구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런 혜택이 차단될 경우 각종 병리학 연구나 실험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제약회사들 역시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식적으론 정부가 이런 규제를 추진할 경우 약자인 제약회사들은 반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제약회사들은 자사 약품을 많이 쓰는 의사와 병원, 보험회사들에 적절한 사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파이저 등 19개 대형 제약회사들은 정부가 민간 제약업계의 지극히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을 범죄시하려 한다며 저항하고 있다. 일반 기업이 고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보답을 하듯 자신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또는 상업성으로 철저히 무장된 주장들이다. 의약분야는 공공성이 높기에 일반 업계와는 달라야 한다고 믿는 우리 현실에선 낯설게 느껴지는 말들이다. 수많은 이해집단 가운데 특히 힘이 세다는 제약업계와 의사들의 조직적 반발에 부시 행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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