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 응급환자 기준 3세서 8세로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평촌에 사는 朴모(38.여)씨는 지난 11일 밤 아들(5)의 체온이 갑자기 39도까지 올라가 인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 치료를 받았다. 朴씨가 지불한 진료비는 응급관리료 3만원을 포함해 4만8천원. 건강보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현행 소아(小兒) 고열 응급환자의 기준이 3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로 제한돼 있어 비응급 환자로 분류된데다 응급실을 찾은 비응급 환자는 응급관리료와 진료비를 전액 자신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달 하순께부터는 응급환자 기준이 대폭 완화돼 고열이 나는 어린이는 8세까지 응급환자로 분류된다.

현행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고열.의식장애.호흡곤란.심한 탈수.급성복증.화상.대퇴부 척추의 골절.지혈이 안되는 출혈 등 15가지 유형별 증상만 응급환자로 인정받는다.

이 기준 중 3세 이하의 소아 고열환자는 8세 이하로 확대되고 ▶귀.눈.코.항문 등에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극심한 어지럼증▶너무 숨을 빨리 몰아쉬는 증세 등이 새로 응급 증상에 포함된다.

2000년 7월 비응급 환자의 응급관리료를 전액 환자에게 부담시킨 후 환자들의 불만이 높았던 응급환자 기준을 고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 1월 응급실을 이용한 적이 있는 서울과 6개 광역시 주민 3백22명을 조사한 결과, 1백3명이 (32%)이 비응급환자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법제처 심의 후 다음달 하순 국무회의에서 통과하면 바로 시행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응급환자로 분류되면 지금은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응급관리료(작은 병원은 1만5천원, 큰 곳은 3만원)를 절반만 내게 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 재정이 부담한다.

또 대학병원의 경우 1차의료기관(동네 의원)의 진료의뢰서없이 방문했다는 이유로 진료비에 보험적용이 안되던 점이 개선돼 절반 가량만 본인이 내면 된다.

이와 함께 개정법안은 1백22곳의 대형병원 응급실에는 전문의가, 2백52곳의 중소병원 응급실에는 일반의가 24시간 상주하도록 인력 기준을 강화했다.

가천의대 인천 길병원 이근(李瑾) 응급의료센터 소장은 "이번 응급증세 완화 조치로 환자 부담과 불편이 많이 줄 것"이라면서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동도 응급환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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