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준으로 본 고혈압… 140/90도 안심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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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줄 모르는 사람이 75%나 된다.

12월 2일부터 8일까지는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배종화 경희대교수)가 제정한 고혈압 주간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12월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연과 상담을 한다.

고혈압과 관련해 새로 밝혀진 연구결과들을 소개한다.<문의전화 02-2299-3357>

◇정상이라고 안심해선 안된다

고혈압의 기준은 수축기 1백40 이상 또는 이완기 90 이상인 경우. 둘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고혈압이다. 문제는 140/90 이하의 정상이라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 최근 고혈압의 국제 기준은 정상혈압도 다시 세가지로 나눴다.

결론은 120/80 미만의 적정 혈압이라야 좋다. 수축기 혈압이 120~139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89인 경우(정상혈압 또는 높은 정상혈압)라면 아직 고혈압 환자는 아니지만 예방 차원에서 혈압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서일 교수는 전국의 35~59세 성인 남성 10만여명을 대상으로 혈압과 사망률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적정 혈압(120/80 미만)에 비해 정상 혈압(130/85 미만)은 12%, 높은 정상 혈압(140/90 미만)은 2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병 발생률의 경우 정상 혈압은 24%, 높은 정상 혈압은 67%나 높게 나타났다는 것. 이 결과는 최근 개최된 미국심장학회에 발표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의사나 환자 모두 흔히 알고 있는 고혈압 기준인 140/90 미만으로 만족해선 안된다"며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120/80 미만은 저혈압이 아니라 가장 이상적인 적정 혈압이란 것. '저혈압은 몸에 해롭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다. 혈압은 낮을수록 혈관 손상이 줄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환자마다 목표혈압이 따로 있다

140/90 이상의 고혈압 환자라도 목표혈압이 따로 있다. 흡연 등 위험인자나 당뇨 등 동반질환이 없고 단순히 혈압만 높은 경우라면 130/85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당뇨가 있는 경우라면 좀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해 130/80을 목표로 해야 한다.

당뇨는 혈관에 염증을 유발하므로 같은 고혈압이라도 당뇨가 있으면 심장병과 뇌졸중이 훨씬 잘 생기기기 때문이다. 콩팥이 나쁜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기준은 단백뇨다. 소변에 단백질이 빠져 나오는 단백뇨가 하루 1g 이하라면 130/80, 1g 이상이라면 125/75 이하로 엄격하게 혈압을 낮춰야 한다.

경희대병원 내과 배종화 교수는 "환자마다 위험인자와 동반질환 유무가 천차만별이므로 목표혈압이 각각 다르다"라며 "자신이 평소 유지해야 할 목표 혈압을 정한 뒤 약물요법과 식이요법.운동 등을 통해 꾸준히 혈압을 목표 혈압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여러 병원의 의사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한 명의 의사를 주치의로 정해 장기간 진료를 받는 것이 환자의 상태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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