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당뇨환자 약보다 운동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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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만큼 신약이 많은 질환도 드물다. 과거에는 입으로 먹는 경구(經口)혈당 강하제와 인슐린주사가 전부였으나 최근 여러가지 신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뇨야말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큰 의료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만 해도 당뇨 직전 단계인 내당능(耐糖能)장애까지 합치면 30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이 당뇨증세를 앓고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당뇨 대란이란 말까지 등장했을까 싶다.

한국인의 10대 사망원인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당뇨 신약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메트포르민이다. 이 약은 인슐린 분비를 늘리지는 않지만 간(肝)이 포도당을 생성하거나 장(腸)이 당을 흡수하는 것을 억제해 혈당을 떨어뜨린다.

저혈당을 유발하지 않고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체중을 줄이기도 한다. 또 심장병이 함께 있는 당뇨환자에게 치명적인 고 인슐린 혈증도 유발하지 않는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메트포르민을 내당능 장애 환자가 하루 한 알 복용하면 당뇨로 악화되는 것을 3분의 1 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의학잡지 NEJM엔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신약의 대표주자인 메트포르민과 전통적인 생활요법인 운동 효과를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메트포르민 복용그룹의 당뇨 예방효과는 30% 정도였지만 운동으로 체중을 줄인 그룹은 40%로 나타났다. 운동이 신약보다 혈당조절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사항은 이때 운동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란 것이다. 적정체중을 초과하는 당뇨환자의 경우 현재 체중에서 7%만 줄여도 당뇨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70㎏의 체중이라면 단지 5㎏ 정도만 빼줘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대한당뇨병학회는 이 날을 기념해 17일 오후 1시 서울의 올림픽공원에서 건강걷기대회를 연다. 1백 여명의 의료진까지 참여해 무료 혈당측정과 상담도 해준다(문의전화 080-900-1119).

값비싼 신약도 규칙적인 운동만 못하며 걷기는 모든 운동의 기본이다. 걷기대회에 많은 당뇨환자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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