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체중 5% 감량이 적당

중앙일보

입력

6월 1일 오전 11시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국제 비만 심포지엄은 크고 작은 탄식으로 술렁거렸다.

영국 버밍엄병원 안토니 바넷 교수가 당뇨 합병증인 망막증으로 시력을 거의 상실한 소년의 사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망막증은 중년 이후 당뇨를 진단받은 후 적어도 10년 이상 앓아야 나타나는데 올해 11세에 불과한 소년이 그 증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한 원인은 비만이었다. 이 소년의 체중은 무려 75㎏. 하루 4~8시간 TV를 보며 하루 평균 10개의 핫도그와 4잔의 콜라를 먹어댄 결과다.

'비만과 당뇨는 동전의 양면'.

이번 심포지엄이 내린 결론이다. 뚱뚱할수록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당뇨에 잘 걸린다는 것. 국제비만 태스크포스의 필립 제임스 의장은 "성인형 당뇨(2형 당뇨)의 61%가 비만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운동 부족과 인스턴트 식품의 과량 섭취로 성인형 당뇨에 걸린 어린이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 당뇨에 걸린 사람은 뇌졸중과 심장병 등 합병증으로 인해 숨질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된다.

중국 국제생명과학원 첸춘밍 교수는 "비만 인구의 폭발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보건문제"라며 "선진국은 물론 기아의 대륙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최빈국조차 1백명 중 2명은 의학적으로 비만"이라고 말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갈수록 편안함을 추구하는 생활습관을 비만과 당뇨 확산의 주범으로 꼽았다.

스위스 제네바의대 알렌 골레이 교수는 "원시인들이 서너시간 이상 사냥을 통해 겨우 섭취할 수 있는 열량을 미국인들은 자동차 안에서 햄버거를 통해 4분 만에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 30분씩 TV 시청 시간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1년새 9.5㎏이나 살이 찐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미 뚱뚱해진 사람에겐 어떤 대책이 있을까.

이번 심포지엄에서 강조된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과도한 살빼기를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자기 체중의 5% 감량을 초기 목표로 제시했다.

스웨덴 휴딘게의대 슈테판 로슈너 교수는 "놀랍게도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5% 감량이나 10% 감량이나 콜레스테롤의 감소, 혈당 및 혈압의 저하 등 의학적 효과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1백㎏ 체중이라면 95㎏ 정도까지만 감량해도 눈에 띄게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 단기간 5%를 넘어서게 되면 요요현상 등 신체적 부담으로 득보다 해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 당뇨환자의 경우 제니칼 등 비만치료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의대 데이비드 켈리 교수는 "미국 내 43개 병원 5백35명의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52주 동안 임상시험을 한 결과 제니칼을 추가로 투여한 그룹은 기존 인슐린 치료만 한 그룹에 비해 체중 감량은 물론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모두 떨어지는 효과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하루 인슐린 투여량을 8유니트나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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