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신약 환자에 투약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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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허가를 받기 전 임상시험 중인 약이라도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앓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임상시험용 약을 제공할 수 있게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한다고 15일 밝혔다.

복지부는 19일까지 이를 입법예고한 뒤 5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의학기술로 치료할 수 없거나 치료약이 없어 죽어가는 환자들이 개발 중인 신약을 쓸 수 있게 됐다.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같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이희성 의약품안전과장은 "각종 암이나 백혈병.희귀병을 앓는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일반 질환이나 만성질환은 이번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말기암 환자는 5만여명, 백혈병 환자는 1천여명, 희귀 질환자는 18만여명이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 제약사가 개발 중인 약을 들여와 국내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임상시험 중인 모든 약이 해당되지 않고 임상시험 막바지 단계에 있거나, 임상시험을 마치고 시판허가 과정에 있어야 한다. 안전성과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된 약으로 제한한 것이다.

약을 사용하려면 담당 의사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환자가 동의하며 식의약청장이 승인해야 한다. 또 의료진은 사용 후 환자의 인적 사항.이상 반응.추적 결과 등을 보고해야 한다.

국립암센터 이진수 병원장은 "지금까지는 이런 법적 근거가 없어 말기 암 등을 다루는 의료진이 애를 먹었다"며 "앞으로 나올 신약을 환자에게 하루 빨리 투약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의사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임상시험 단계에서 글리벡(백혈병 치료제)과 이레사(폐암 치료제)가 국내 환자에게 투약된 바 있으며, 이번에 그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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