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제" 비판 커지자…홍남기 "대주주 기준, 인별 전환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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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좌제' 논란이 빚어진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대주주 요건을 인별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좌제' 논란에 한 발 물러선 듯한 정부 #주식 대주주 10억 → 3억 조정은 예정대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 요건을) 세대 합산에서 인별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 자리에서다. 본인은 물론 가족의 주식 보유분까지 묶어서 과세하는 현행 방식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이날 “대주주 요건 세대 합산은 폐지돼야 한다”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세대 합산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며 제도 개편 방침을 내비쳤다. 정부가 세대 합산 방식에 대한 변경 의향을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진다. 대주주 판단 기준일은 올해 12월 30일(폐장일)이다. 대주주가 되면 내년 4월부터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이 날 경우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대주주 요건인 3억원은 해당 주식 보유자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친가·외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가족 연좌제’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여권을 중심으로 폐지 필요성이 제기됐다. 우원식 의원은 “세대 합산은 편법 증여나 차명 보유로 세금을 안 내면서 지배력을 높이려는 문제로 인해 재벌에게 들이대는 잣대”라며 “이걸 주식 투자자에게도 적용하는 건 적절치 않으며, 거부 반응이 크다”고 지적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1.04포인트(0.89%) 오른 2386.94로 마감했다. 뉴스1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1.04포인트(0.89%) 오른 2386.94로 마감했다. 뉴스1

세대 합산 방식 변경은 시사했지만 홍 부총리는 10억원에서 3억원으로의 대주주 요건 조정은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홍 부총리는 “해당 사안은 정부가 지금 결정한 것이 아니라 2017년 하반기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대주주 기준 강화 방침을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냐”고 물은 데 대한 답이다. 홍 부총리는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방침이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역시 정부 방침에 힘을 싣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확대 여부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금의 정책 방향을 지켜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고용진 의원은 “2017년 당시에는 2023년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이라는 정책 스케줄이 없었던 만큼 경제 환경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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