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韓 신용등급 유지했지만 “높은 부채수준 재정에 위험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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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재 수준인 ‘AA-’로 유지한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앞으로 6~12개월 내에 등급을 바꿀만한 요인이 없다는 의미다.

이호승 경제수석 “역대 최고 신용등급” 강조했지만 #코로나 불확실성 등 피치 “경기 하방 위험 여전”

피치는 이날 등급 결정에 대해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 고령화, 완만한 성장에 따른 중기 도전 과제 아래에서 양호한 대외 건전성,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 재정 여력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피치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로 예상했다. 다른 ‘AA’ 등급 국가의 성장률 전망 평균치(-7.1%)보다 양호하다. 피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급격한 세계 경기 침체가 수출 경기, 상반기 국내 투자를 위축시켰지만 내수 경기가 호조를 보였다”며 “강도 높은 폐쇄 조치 없이도 효과적으로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피치의 이날 발표를 두고 정부는 홍보전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피치의 영문 발표문을 한국어로 번역해 배포했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간 국가가 107개에 이른다는 내용의 참고자료까지 덧붙였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 신용등급이 역대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기구의 대외 신인도가 재확인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수석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한 ‘AA-’는 2012년 9월 6일 이후 이미 8년째 유지되고 있는 등급이다. 이날 나온 피치의 보고서 내용도 여전히 한국 경기 전망은 어둡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국내ㆍ외 코로나19 확산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며, 미ㆍ중 무역 분쟁은 반도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성장 전망은 여전히 아래쪽”이라고 피치는 보고서에 밝혔다.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한국의 국가채무에 대해서도 피치는 우려를 표시했다. 보고서는 “고령화로 인한 지출 압력을 고려한다면 높은 부채 수준은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계부채는 올 1분기 GDP의 95.9% 수준을 기록했는데, 장기화하고 있는 저금리 기조는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는 가계부채에 부담을 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국가채무와 관련해 피치는 지난 2월 “(GDP 대비) 채무 비율이 2023년 46%까지 높아진다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 국가채무 비율은 연이은 정부의 추가 지출(추가경정예산)로 인해 올해 말 43.9%까지 올라간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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