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수급에 '적신호'…내 피 한방울이 생명 살린다면

중앙일보

입력

추위로 헌혈이 줄어든 데다 방학을 맞아 학생들의 단체 헌혈마저 끊겨 최근 서울지역 응급환자 수혈용 혈액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4개 혈액원의 수혈용 혈액 재고량은 하루분도 남지 않아 지방혈액원에서 꿔다 쓰는 형편이다. 헌혈의 필요성 등에 대해 알아본다.

● 혈액의 역할과 수급 실태

체중의 7~8% 정도를 차지하는 혈액은 몸 구석구석을 흐르며 산소와 영양소 등을 세포에 전달하고, 세포에서 만들어진 탄산가스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 등을 한다.

몸 속에선 매일 50㎖ 정도의 혈액이 새로 생성돼,3~4개월이면 모두 새 것으로 교체된다. 따라서 질병이 없다면 한번에 4백㎖ 정도의 헌혈은 건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만16~64세의 전혈(全血)헌혈은 두달마다 가능해 일년에 여섯 차례, 성분(혈장이나 혈소판)헌혈은 2주마다 가능해 한 사람이 26차례까지 할 수 있다.

헌혈이 필요한 이유는 인공 혈액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또 혈액은 35일 이상 보관할 수 없어 누군가 지속적으로 헌혈해 수요에 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

2000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헌혈률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6~7%보다 낮은 5.2%(2백43만여명) 정도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혈액을 자급하려면 1백만명의 헌혈이 더 필요하다. 수혈용 혈액은 현재 자급하고 있으나 의약품 제조용 혈장은 모자라 22%(한해 미화 1천3백만달러 어치)는 수입하고 있다.

헌혈자가 편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선진국은 30~50대의 헌혈과 개인 헌혈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10~20대가 88%를 차지하며, 군인이나 학생 등 단체 헌혈 의존도가 절반을 넘는다.

● 피가 뭐길래? 혈액이 왜 중요한가?

혈액 속의 중요 세포인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이 세포들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우리 신체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일반적인 증상을 알아보자.

산소를 공급해주는 적혈구

적혈구는 체내에 적절한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인체의 각 기관들이 숨을 쉬고 살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말하는 헤모글로빈이라는 성분이 적혈구에 있어 산소를 각 기관에 공급하는 것이다. 헤모글로빈은 철분을 함유하는 단백질로, 산소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와 쉽게 결합되므로 호흡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온갖 세균을 막아주는 백혈구

백혈구는 체내로 침범하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기생충 등의 균들로부터 인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백혈구는 혈액 속의 빛깔 없는 세포인데 적혈구보다도 훨씬 적지만 인체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출혈시 방패 역할, 혈소판

혈소판은 혈관이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출혈시 출혈이 발생하는 부위에 피를 응고시켜 더 이상의 출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혈소판 수가 충분치 않다면 조그만 충격에도 피가 응고되지 않아 출혈이 과다해지면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에 이상이 생기면…

    • 적혈구-너무 적으면 병이 된다
    1 영양 상태에 이상이 없는데도 쉽게 어지럽다.
    2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피로를 자주 느낀다.
    3 일상 생활 중에 문득 호흡 곤란을 느낀다.

    • 혈소판-피를 응고시키지 못한다
    1 코피가 자주 나며 잇몸이나 입 안에 출혈이 잦다.
    2 월경이 너무 잦아졌거나 양이 많아지는 등 월경에 이상이 있다.
    3 특별히 부딪힌 기억이 없는데도 피부에 멍이 든다.

    • 백혈구-실속 없는 세포가 된다
    1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열이 올라 고생한다.
    2 감기가 끊이지 않고 기침이 나며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된다.
    3 배가 자주 아프고 특별한 원인 없이 몸의 한 부분이 아프다.

정상 피vs문제 피,어떻게 다른가?

• 정상인의 말초 혈액

- 적혈구

도넛 모양으로 동그란 테두리가 굵고 빛깔이 선명하다. 테두리가 얇거나 빛이 연하고, 모양이 일그러진 것은 정상이 아니다.

- 백혈구
적혈구에 비해 수는 적지만 세포 가운데의 핵이 여러 개로 분열되어 있다. 핵이 분열되지 않았거나 적혈구의 숫자가 많은 것은 정상 세포가 아니다.

- 혈소판
작은 점 모양의 혈소판. 적당한 비율로 서로 떨어져 있다. 이 혈소판이 거의 없거나 한곳에 뭉쳐 있으면 이상이 있는 세포다.

• 급성 백혈병 환자의 혈액

백혈구에 이상이 생겨 급성 백혈병이 된 환자의 혈액이다. 백혈구의 핵이 분열되지 않고 뭉쳐 있고 세포의 수도 증가되었다. 정상 혈액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혈구의 수가 많아 암 상태가 되어 있다.

• 동맥경화 환자의 혈액

혈관 안에 혈전이 많이 생기거나 혈관이 좁아진 지역을 지나 다니는 적혈구가 탄력을 잃고 깨진 경우의 혈액 사진이다. 적혈구의 모양이 동그랗지 않고 길쭉하거나 깨져 있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 혈액종양 질환자의 혈액

혈소판이 한곳에 몰려 있고 그 수가 엄청나게 증가되어 있다. 백혈구의 핵처럼 혈소판들이 뭉쳐 있는데 출혈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증상을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