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봉사대축제 사흘째] "이웃 돕다보니 장애도 잊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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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려운 이웃을 돕다보니 장애마저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의 손발 노릇을 하는 아름다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8일 오후 2시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성녀모니카의 집'(원장 서순천.67).

무의탁 장애노인 28명을 수용하고 있는 이 곳에 인천 남동장애인종합복지관 그루터기 봉사단원 5명이 찾아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약봉투를 정리하거나 방 청소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이들의 봉사활동은 더디고 서툴렀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이 담겨 있었다.

이날 회원들은 각자에게 맞는 일거리를 분담했다. 막내인 이태무(25)씨는 치매 증세를 보이고 있는 할머니들의 손과 다리를 1시간여 주무르며 어린이 동화 '해님 달님'을 이야기해드렸다.또 무료한 할머니들을 위해 즉석에서 노래잔치를 열어 자신의 노래솜씨(?)를 마음껏 뽐냈다.중간 중간 노랫가락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모두들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서원장은 "태무의 성격이 활달한데다 노래도 가장 씩씩하게 불러 할머니들 사이에 인기 최고"라며 "태무의 방문을 기다리는 할머니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청소 담당인 깔끔이 전혜연(30.여)씨는 쉬지 않고 빗질과 걸레질을 하면서 방 구석구석에 버려진 쓰레기를 찾아냈다.전씨는 "처음 봉사활동할 때에는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아 속상했으나 지금은 도우미 아줌마 못지 않게 깨끗이 방을 치운다"고 자랑했다.

손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두루마리 휴지를 사용하기 좋게 일정한 길이로 잘라놓는 이용석(48)씨는 "나이에 맞지않게 1년 넘게 이 일만 하다보니 누구보다 가장 빨리 일을 마친다"며 쑥스러워했다. 특히 이씨는 남동장애인복지관 지하층에 그루터기 회원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호호 카페'를 개설해 수익금을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우리도 도움을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취지로 봉사활동을 시작해 매주 수요일 성녀모니카의 집을 방문하고 있다.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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