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군 공중보건의들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

중앙일보

입력

29일 오후 2시 경기도 포천군 내촌면 보건지소 2층 치과진료실. 갈색 피부의 30대 외국인이 입을 벌린 채 누워 썩은 어금니 치료를 받고 있다.

치과공중보건의 임지준(林志俊.30)씨가 10분째 구슬땀을 흘리고 위생사 한 명도 상냥한 미소로 "조금만 참으세요"라며 환자를 안심시킨다.

"주로 3D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23만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크고 작은 치과 질환에 시달리지만 치료비가 겁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 이 일에 나섰습니다."

林씨는 지난 9월 19일부터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어느 때라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찾아오면 검진과 치료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포천군보건소에서 근무하는 다른 보건의 5명도 이 일에 동참하고 있다.

이란인 에디(30)는 "이가 열개나 빠져 7년째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고생하면서도 엄청난 비용 때문에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천사 같은 의사들의 도움으로 새 삶을 얻었다"며 고마워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에는 포천군 신북.가산면 등 교회에서 90여명에게 치아 검진에 이어 간단한 치료까지 해주었다.

지난 25일엔 林씨가 총무를 맡고 있는 '사랑나누기 치과의사 모임(http://www.lovedds.org)(대표운영위원 林昌潤.63.서울대 치의학과 교수)' 소속 의사 5명과 함께 서울 구로구 조선족교회에서 중국동포 2백여명을 초청, 구강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 모임 회원 2백10명은 내년 9월까지 외국인 근로자 1천명에게 무료 치과검진 및 진료.보철(의치)치료 등의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총 사업비 7천5백만원 가운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받은 2천5백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회원들이 갹출하기로 했다.

林씨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용 업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031-532-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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