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선도부 효과 '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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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8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일산동중학교 정문 앞. '학부모 선도교실'이란 녹색 어깨띠를 두른 주부 세명이 생활지도 교사와 함께 상냥한 미소로 등굣길 학생들에게는 "머리는 항상 단정하게 깎고 다녀야 학생다운 멋이 있지 않겠니?"라며 주의를 준다.

단추를 풀어놓은 남학생이 들어오자 단추를 채워주고는 가방 속을 검사해 담배나 만화책 등은 없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가방을 열어봐서 미안, 앞으로 교복 좀 단정하게 입고 다니도록 해"라며 가볍게 타이른다.

일산동중학교 학부모 대표 50명은 지난 3월 개학 때 이 같은 선도활동을 자청해 시작, 7개월째 계속하고 있다. 매일 등하교 때 두세명이 한조가 돼 두시간씩 교문을 지킨다. 학부모들이 가장 치중하는 활동은 방과 후 지도다.

매일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거주지 주변의 PC방.공원.아파트 놀이터 및 지하주차장.상가 등을 순찰한다. 담배를 피우거나 싸우거나 술을 마시거나 돈을 빼앗거나 하는 학생은 없는지 살피고 밤 늦게 배회하는 학생들에게는 귀가를 종용한다.

교내에서 청소년 고민도 상담해줘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학부모들은 한달에 한번씩 모여 선도활동 결과를 논의하고 지도 대책을 토의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이덕준(李德俊.38)학생부장은 "친구의 어머니가 나와 생활지도를 하니까 친근하게 받아들이며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라며 "올 들어서는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싸우는 등 말썽을 일으키는 학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김순옥(金順玉.41.여.학교운영위원장) 학부모선도교실 회장은 "선도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을 체험하게 돼 중학교 3년생 아들의 가정지도에도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종근(李鍾勤.58)교장은 "앞으로 박물관 견학 등 야외 체험학습이나 심성수련회를 하게 되면 학부모 선도위원을 참여시킬 계획"이라며 "가정과 학생.교사가 한 덩어리로 뭉쳐 가정과 같은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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