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병명도 모른 채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11년을 보냈지요. 제가 걸린 병이 루푸스(홍반성 낭창)라는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저나 가족이나 고생이 훨씬 덜 했을텐데…. "

17년째 루푸스를 앓고 있는 김복남(46.서울 논현동)씨.

김씨에게 루푸스가 찾아 온 것은 첫 아이를 나은 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물집이 잡혀 피부과를 다녔으나 도무지 낫지 않았다.

조직검사 만도 6~7회를 받으며 유명한 피부과와 종합병원을 전전했지만 의사들은 "원인을 모르겠다" 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김씨가 루푸스 진단을 받은 것은 1995년. 하지만 그때는 이미 관절이 변형되고 한쪽 눈의 시력마저 잃은 뒤였다.

"처음에 '홍반성 난창' 이라는 병명을 들었을 땐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인 줄 알고 엉엉 울었어요. '왜 나만 이런 병에 걸렸나' 하는 생각에 죄없는 친정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했지요. "

하지만 이제 김씨는 더 이상 두렵지도, 주위 사람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약칭 루이사)' 이라는 환자 모임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병' 이라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치료를 통해 이젠 정상인과 거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김씨는 2년 전 '루이사' 에서 8주간의 교육을 받고 1주일에 한 번씩 다른 루푸스 환자들의 상담을 하고 있다.

97년 1월 결성된 '루이사' 는 현재 1천5백여명의 회원을 갖춘 사단법인. 김씨와 같이 본인이 환자이면서 상담사로 나선 회원도 40여명에 이른다.

'루이사' 의 명재은 사무국장은 "첫 증상이 나타나고 환자가 루푸스 진단을 받기까지 아직도 평균 2~3년이 걸린다" 며 "루푸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높이고 환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모임의 목적" 이라고 말했다.

현재 '루이사' 에서는 강좌와 세미나, 환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환자들의 상담을 받고 있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는 후원금도 지원한다.

한양대 의대 류머티스내과 배상철 교수는 "아직까지 루푸스의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적절한 투약과 요양 등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며 "환자와 가족이 병에 대해 충분히 알고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문의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http://www.luisa.or.kr) 02-517-4546~7

◇ 루푸스=피부.관절.혈액과 신장 등 각 기관과 조직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 면역질환. 붉은 반점과 짓무름 증상이 생긴다고해서 '홍반성 낭창' 으로 불린다.

환자마다 각기 다른 여러가지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 환자의 80%가 15~45세의 가임기 여성이며, 국내에는 15만명 정도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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