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재활 모임 '미소회']

중앙일보

입력

'기쁨은 나누면 배, 고통을 나누면 반' .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자활모임이 크게 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서로 돕고, 의지하며 질병을 극복해가는 환우(患友)들의 투병 과정과 진솔한 얘기를 주1회씩 소개한다.

◇ 환자들의 자활모임 크게 늘어..

'6년만의 외출' .

지난해 여름 택시를 타고 서울 광화문을 지나던 신혜영(38)씨의 눈가엔 눈물이 번졌다.

바깥 출입을 포기하고 37㎏의 몸무게로 '유령' 처럼 살아온 지난 세월과 다시 태어난듯 새롭게 다가오는 화려한 밤풍경이 교차되면서 그의 심금을 울린 것.

그녀도 다른 공황(恐慌)장애 환자들처럼 어느날 느닷없이 찾아온,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와 불안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의사도 포기한 중증의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은 공황장애 환자 자활단체인 '미소회' .

◇ 선후배 환자들이 서로 모여 격려하고 정보 나눠

그녀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친다는 심정으로 이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외출을 감행했다. 자신과 고통을 나눌 환자들, 그리고 만나는 장소가 병원이라는 점이 폐쇄된 공간을 탈출하는데 큰 힘이 됐다.

그로부터 1년뒤인 지난 9일 서울백병원 P동 602호실 강당. 그녀는 이 모임을 찾아온 10여명의 공황장애 '후배 환자' 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어둠의 질곡을 빠져나오도록 도와주는 조언자로 탈바꿈해 있었다.

미소회는 1999년 3월 인지(認知)행동 치료를 마친 1백여명이 백병원 정신과 최영희 교수의 도움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이 모임을 거쳐간 환자만 6백여명.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매달 둘째주 일요일 정기모임에는 어김없이 30~40명의 '선후배 환자' 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 진솔하고 진지하게… 3시간여 진행

의사의 도움없이 진행되는 이들의 대화는 진솔하고 진지하게 3시간여 진행된다.

-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 약을 끊어야 할텐데 재발이 걱정돼요.

"지나치게 약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신이 치료자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

"이론은 알지만 몸이 안따라 줄 때는 약으로 심리를 조절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 공황장애는 완치됩니까.

"누구나 공포와 불안이 있지 않습니까. 공황이 오지 않는 것을 바라지 말고 공황이 왔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세요. " "공황을 친구처럼 사귀고, 부딪치며 사세요. "

초창기부터 모임을 이끌어온 회장 안순철(가명.43)씨는 "이 병의 특성이 공포를 극복하려는 마음가짐이나 생각의 전환에 있기 때문에 약물이나 이론보다 환자들끼리 체험을 공유하는 것이 치료에 더 효과적" 이라고 설명한다.

◇ 환자들끼리 체험 공유하는 것이 치료에 효과적

미소회 회원들은 10월 모임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며 1박2일 함께 장거리 여행계획을 세워놓았기 때문.

안회장은 "기차를 아예 타지 못하거나 장거리 여행이 어려운 사람들이 함께 의지하며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이 여행의 취지" 라고 설명했다.

미소회는 정기모임 외에도 인터넷에 홈페이지(http://www.antipanic.com)를 개설, 정보제공 및 e-메일 상담을 받고 있다(문의 전화 02-2270-0242).

또 연 2회 노출치료 여행을 통해 동병상련의 정도 나눈다.

공황장애=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응급반응' 이 지나쳐 죽을것 같은 공포로 나타나는 불안장애. 전체 인구의 2.5%가 일생에 한번은 공황장애를 진단받으며 완치까지는 사람마다 많은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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