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 어찌 할까요] 3. TV 흡연장면 차단을

중앙일보

입력

'TV를 공략하라' .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가장 돋보이는 청소년 흡연예방책이다. 대표적 사례는 미국의 전 보건복지부장관 도나 샐라라다.

샐라라는 미국 청소년들의 흡연예방을 위해 장관이 직접 TV 스튜디오를 찾아 나섰다. 유명 연속극인 '종합병원' 의 제작진을 만나 TV에서 흡연장면을 없애줄 것을 부탁했으며,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 무연(無煙)담배가 유행하자 직접 경기장을 찾아 무연 담배의 해로움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 결과 미국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감소하기 시작했고, 위스콘신대 사무처장 출신의 흑인혼혈 여성인 샐라라는 8년이란 클린턴 집권기간 내내 장관의 자리를 지켜 역대 최장수 보건복지부장관의 영예를 안았다.

의사 등 전문가들의 개입도 두드러진다. 미국의학협회는 1998년 TV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국민들의 건강행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청소년들의 흡연예방에 직접 관여했다.

96년 미프로농구(NBA)에서 시카고 불스가 우승하며 자축연을 벌일 때 마이클 조던을 비롯한 슈퍼스타들이 시가를 피우며 흥을 내는 장면이 여과없이 TV에 방송됐다.

미국의학협회는 즉각 반박성명을 내며 항의단을 파견해 재발방지와 함께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폐암에 걸려 사망한 미국의 영화배우 율 부리너도 금연운동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의 폐암이 줄담배를 피웠던 자신의 잘못임을 토로하고 TV광고에 무료로 출연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미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청소년 흡연예방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TV 제작진에게 흡연자 배역을 악당에게만 맡겨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태국에선 TV를 통한 흡연장면 방송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TV를 통한 흡연예방 교육에 주력하는 이유는 TV스타의 흡연장면을 통한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연관련 단체들이 해마다 흡연장면이 잦은 TV 스타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TV 화면에서 흡연장면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담배를 꼬나문 주인공의 호기로운 모습이 여과없이 방송되고 있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TV스타는 물론 국회의원 등 정치인도 국민건강을 위해 금연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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