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대처도 '후진국형'

중앙일보

입력

"2차 감염자에 대한 발생 보고는 없었습니다. " "그러면 간병을 하다 양성반응을 보인 李모(72.여)씨는 어떻게 됩니까?" "환자 가족은 2차 감염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

7일 오전 경북도청 기자실에서 콜레라 '2차 감염자' 문제를 놓고 방역 관계자들과 기자들 사이에 답답한 설전이 벌어졌다.

방역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염병에 2차 감염자란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중앙역학조사반장인 임현술(林鉉述.49.동국대)교수의 설명은 달랐다. "2차 감염자가 발생은 했지만 가족 이외에 2차 감염자가 없다는 말일 겁니다. "

후진국형 전염병이 발생해 곤혹스러운 점과 '2차 감염' 으로 상징되는 전염병 확산에 민감해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사태를 호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지난 2일에 확인되기 시작한 영천 콜레라 환자는 하루 수십명씩 추가로 확인되고 있다. 7일 현재 환자 가족내 2차 감염자가 두 사람이나 확인됐지만 경북도는 '2차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는 발표를 계속하고 있다.

콜레라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전염병이다. 그런데 경북도의 대처능력이 질병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대처능력은 물론이고 그 내용과 방식도 문제다. 첫 환자가 확인되기 보름 전에 심한 설사 증세로 입원했던 뷔페식당 직원은 보건당국의 감시망에 잡히지도 않았다.

역학조사 기산일도 회식으로 탈이 처음 발생했던 지난달 14일이 아닌 23일로 잡았다. 회식 참가자 가운데 두명이 콜레라 환자로 확인된 뒤에도 발병일은 여전히 23일이었다.

경북도는 환자수가 40명선을 넘어선 6일에야 부지사를 위원장으로 방역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식당 인근 학교에 대한 급식중단 조치도 6일이나 지난 뒤 단행됐다.

식당 영업도 30일까지 계속됐다. 종업원들은 자신이 콜레라에 걸린 줄도 모르고 음식을 만들고 날랐다. 이 식당에 들른 손님들은 당연히 심한 설사에 시달렸다.

도대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보건당국의 어설픈 대처가 후진국형 전염병 환자를 늘리고 국가의 위신마저 떨어뜨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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